#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아침 일찍 투표를 하고 출근하려던 직장인이 일대 혼란을 겪었다. 투표소가 종전 투표소와 다른 곳으로 바뀐 곳이 많았는데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향한 사람들이 바뀐 투표소를 확인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표소가 바뀐 곳은 2206개 중 305개로 13.8%다. 유권자들은 새 투표소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선관위 홈페이지는 이미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받아 다운된 상태였다. 결국 많은 유권자가 투표소가 어디 있는지 몰라 투표를 하지 못하고 출근해야 했다. 최구식 한나라당(새누리당) 의원 수행비서 소행으로 잠정 결론이 난 이 사건은 투표 조작을 시도한 희대의 사건으로 회자된다.
#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사는 대학생 유지연씨(26)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 지역구 후보자 면면을 제대로 따져 본 적이 없다. 예전이면 거리 곳곳마다 붙어 있던 홍보 벽보도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이라 보기 힘들다. 어떤 당 후보자가 몇 번에 출마 했는지, 후보 공약이 어떤지 알 길이 없다. 심지어 지역구 후보자 얼굴도 모른다. “언론에서 매일 쏟아내는 후보자 관련 기사를 찾아 볼 시간도 없으니 그냥 투표장에 가서 대충 훑어보고 후보를 골라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유권자 참여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힘이라면 최근 등장한 스마트기기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무기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유권자를 정치의 장으로 불러냈기 때문이다.
스마트기기가 유권자를 참여시키는 방법은 간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팔로하고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나 지인 의견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지역구와 후보자, 후보자 이력과 공약, 관련 기사까지 한번에 찾아볼 수 있는 각종 선거 애플리케이션(앱)이 쏟아지고 있다.
선관위에서 보내주는 홍보물에는 후보자 사진, 재산상황, 학력과 경력, 공약만 수록돼 있지만 선거 앱을 이용하면 이외에 후보자나 이들의 소속 당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 지역구 투표소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투표소가 바뀌어 새 투표소를 찾아야 한다면 선관위 홈페이지에 굳이 접속할 필요 없이 바로 앱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선관위 사이트를 공격해 투표를 방해하는 행위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선거 앱 출시 러시=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올해 있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선거 앱을 내놨다. 후보자 뉴스와 오피니언, 선거 정보는 물론이고 동영상으로 정치 현장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해 호응이 일었다. 여론조사 결과도 앱으로 공개하고 각종 인포그래픽으로 선거 지형을 알아볼 수 있다. CNN도 애플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안드로이드기기, 블랙베리용 앱을 출시하고 CNN 모바일 선거센터를 열었다.
국내에서도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앱 개발사와 언론사를 중심으로 선거 앱을 출시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올소프트는 `411 총선앱`을 출시했다. 후보자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 SNS로 후보자와 유권자를 연결해준다. 선거 관련 실시간 뉴스와 선거구별 지지율 현황도 볼 수 있다. 선거와 관련된 후보자 정보를 열람하고 자신의 SNS로 전송도 가능하다.
MBNcnd가 내놓은 `선택411`도 각종 정보와 위치정보를 활용한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산 선관위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앱으로 부산 지역 유권자가 아예 정책을 제안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었다. 유권자가 정책을 제안하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후보자는 이를 반영해 공약을 수정할 수 있다.
언론사들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겨레가 선거용 앱 `클린보트`를, 경향신문은 N스크린으로 선거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YOU` 사이트를 만들었다.
선거용 앱이 쏟아지자 차별화 시도도 나왔다. CBS는 지난 1월 선거플랫폼 `나는 후보다(나후보닷컴)`를 출시해 후보자들이 직접 사이트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각 당 공천심사 전까지 예비후보가 나후보닷컴에 올린 이미지만 3000여건, 동영상은 630건, 공약은 570건에 달했다.
지역별 후보자 현황과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공약 추천, 명함과 현수막 투표, 소셜댓글 등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를 유권자가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슈마켓 코너에서는 제주 강정마을에 들어설 예정인 해군기지, 한미 FTA, 방송사 동맹 파업 등 최신 정치 이슈가 정리돼 있다.
최근에는 SNS를 분석해서 후보자 활동과 일반 트위터 사용자 반응을 평가해주는 앱도 나왔다. `트윗 털기&토론하기-411총선` 앱은 SNS를 분석해서 후보자 순위를 알려준다.
◇후보자도 선거 앱 적극 활용=정치인들도 모바일 유세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김부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 유은혜 민주통합당 후보 등이 앱스토어에 앱을 등록했다. 면대면 홍보에 의존했던 후보들이 이제는 모바일 앱과 SNS로 확산 효과를 노린다.
선거용 앱이 특이한 점은 앱을 통한 수익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사는 독자 충성도를 높이거나 영향력을 제고할 목적으로 앱을 제공한다. 방송·신문·인터넷·모바일·N스크린 서비스를 위한 테스트 형태로 쓰이기도 한다.
최영준 CBS 크로스미디어 전략부장은 “방송과 모바일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 중 하나”라며 “올해 총선,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