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 목적으로 지식경제부가 올 연말 도입하기로 한 그린IDC인증제가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지경부가 인증제 도입확산을 위해 예고한 혜택이 공염불에 그쳐 단순 권고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그린IDC인증제를 지경부가 주도적으로 도입했으나 주관기관은 국가 인증기관이 아닌 민간단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로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경부는 지난해 그린IDC인증제 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증 업체에는 △공공기관 클라우드 도입 시 인증 IDC 우선 활용 △정부 R&D 사업에 우선 참여 등 정책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지경부 측은 입장을 바꿔 “정부 차원의 혜택을 생각해보고 있지만 아직 예정된 바 없다”며 “민간 자율적으로 인증제를 추진하고 향후 보완을 통해 국가 인증제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IT서비스산업협회 측 역시 국가 차원 혜택은 타당성을 검토한 후 논의될 부분이며 에너지 절감이라는 취지 자체에 의미를 둬 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세제 혜택도 기획재정부 등 유관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IDC 사업자들은 회의적 반응과 함께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일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겠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아무런 혜택도 없는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중견 IDC업체 한 관계자는 “전기료 인상과 수도권 IDC 특례요금 제외 등으로 운용비가 상승해 당장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며 “하지만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서둘러 인증을 획득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할 사업자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IDC인증제는 결국 정부가 친환경에 앞장선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도입한 실효성 없는 제도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고 그는 덧붙였다.
업계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지경부와 IT서비스산업협회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그린IDC인증위원회를 설치, 계획대로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인증위원회는 각 IDC별 전력 사용량과 서버 당 전력량을 조사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심층분석 작업을 거쳐 전력효율지수(PUE) 기준값을 정할 예정이다.
IDC 전력량을 IT장비 전력량으로 나눈 값인 PUE는 1.7~1.8정도가 돼야 인증획득 안정권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다수 국내 IDC의 PUE는 2.0~3.0수준이어서 이 수치를 개선하려면 IDC 리모델링과 필요한 설비를 신규로 도입해야 한다.
◇용어설명
전력효율지수(PUE):데이터센터 총 전력량을 IT장비 전력량으로 나눈 값. 1에 가까울수록 전력 효율이 좋은 데이터센터로 평가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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