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이클 전문기업 성일하이텍(대표 홍승표·이강명)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60명 남짓한 인원으로 창사 11년 만에 달성한 작은 쾌거였다.
성일하이텍은 2000년 창사 당시 폐기물중간처리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제품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폐전자제품을 소각·파쇄·용융·산 처리해 금·은·백금·팔라듐 잉곳으로 제작해 다시 판매하는 것이 주업이었다.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경영진은 만족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처리에 한정한 사업으로는 외형 확장은 커녕 당장 몇년 앞도 내다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고순도 기술 확보에 주력하는 등 이익 대부분을 기술 개발에 재투자 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국내 최초 2차전지 리사이클 성공=성일하이텍은 지난 2월 말 리사이클을 통해 코발트메탈·니켈메탈과 2차전지 전구체 원료인 황산코발트·황산니켈 생산에 성공했다. 폐2차전지 분해-선별-습식제련 과정을 거쳐 황산코발트·황산니켈 같은 소재 양산에 성공한 것은 국내에서 성일하이텍이 처음이다.
이기웅 기술연구소 소장은 “폐2차전지가 소재로 탈바꿈해 다시 업계로 흘러들어가는 자원순환 생태계가 구축된 사례”라며 “중소기업이 리사이클을 통해 제조한 소재에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있었지만 샘플을 받아온 기업들이 만족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성일하이텍이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0년 중반이다. 전자 폐기물에서 금·은·루테늄 등을 회수, 소재 형태로 가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전자업계의 업황에 따라 원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속 가격이 오를 때마다 전자업계에서 주요 금속을 대체할 물질이나 기술을 개발하자 공들여 조성한 리사이클 공정을 놀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사업을 찾는 과정에서 성일하이텍이 주목한 것은 2차전지였다. 세계 최대 2차전지 제조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과 폐2차전지는 놓칠 수 없는 자원이었다.
홍승표 사장과 임직원은 이때부터 매일같이 2차전지 리사이클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를 오갔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처하는 벨기에 유미코어와 일본 도와홀딩스 등 선발업체들은 노하우를 쉽게 공개하지 않았다.
정공법이 먹히지 않자 우회를 선택했다. 기술 인력들은 일본에서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을 경험한 은퇴기술자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중국에서 용매추출 기술과 공정 프로세스를 어깨너머로 배웠다. 자체 구축한 부설연구소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2차전지 리사이클 사업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해 나갔다.
지난해 11월 마침내 군산 공장에 2차전지 전용 리사이클 공정이 완공됐다.
홍승표 사장은 “실험실 수준의 리사이클과 양산은 큰 차이가 있지만 큰 이상 없이 공정이 가동돼 빠른 시간 내 시제품 생산에 성공했다”며 “내년부터 2차전지에서 리튬 회수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기물 확보가 관건=성일하이텍의 올해 매출 목표는 1300억원이다. 2010년 매출 580억원에서 지난해 1100억을 돌파한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원료확보다. 리사이클사업에 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 폐기물 확보전 또한 치열해져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성일하이텍은 금·은 등 귀금속 리사이클사업을 유지하면서 2차전지 리사이클 및 소재생산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연간 9000톤 폐리튬 2차전지를 처리해 코발트메탈 300톤/년, 황산코발트 1500톤/년, 니켈 메탈 450톤/년, 황산니켈 2000톤/년을 회수할 수 있는 현재 공장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중국 톈진 등 해외 거점을 이용해 원료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아직까지 2차전지 양극활물질 조성도 제조사 마다 차이가 있고 기술 개발 추이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홍 사장은 “현재 9종의 금속 처리능력을 앞으로 20종까지 늘려 나갈 것”이라며 “인력확보 등 중소기업으로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기술 개발 및 원료확보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산=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