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RFHIC 조덕수 대표, 조삼열 기술사장

형제의 우직함이 만들어 낸 결과다.

7년 동안 화합물반도체 증폭기에 매달려온 결실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 제품으로 미국 방위산업시장에 진출하고 LTE 기지국 수요도 기대 이상으로 터져 나왔다. 1999년 조덕수 사장과 조삼열 기술사장이 합심해 창업한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라는 국내 중소기업 이야기다.

조덕수 사장(왼쪽)과 조삼열 기술사장
조덕수 사장(왼쪽)과 조삼열 기술사장

RFHIC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화합물반도체를 이용한 증폭기(앰프)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형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회사를 키워온 성과이기도 하다. 창업 이후 단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 각 자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나누고, 서로의 영역을 존중했다. 공학박사인 형은 기술사장을, 뉴욕주립대 경제학과를 나온 동생은 경영을 각각 맡았다. 형보다 열 살이나 어리지만 대표이사도 동생의 몫이 됐다.

동생 조덕수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GaN 수요는 많은데 잘하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몇 개 되지 않습니다. 7년여 동안 좌충우돌하며 쌓아올린 경쟁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저렴하게 GaN을 보급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GaN 시장을 먼저 본 것은 엔지니어인 형이었다. 형의 주장에 동생은 말없이 따랐다. GaN과 같은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반도체와 달리 고출력에 유리하다. 효율도 좋아 군사용이나 기지국 핵심 장비같은 최고사양 부품에 주로 활용된다.

1999년 일반 증폭기 회사로 출발한 RFHIC가 GaN이라는 하이테크로 눈을 돌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창업 초기 증폭기 시장은 경쟁이 너무 심했다. 영업력도 없으니 오히려 하이테크로 눈을 돌려야 했다. 7년 전부터 GaN회사를 무작정 찾아다녔다.

“특성이 좋은 GaN시장이 언젠간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여러 회사의 문을 두드렸죠.” 조삼열 기술사장이 이 분야에 처음 뛰어들던 시기를 떠올리며 말했다. “GaN을 연구하는 회사들의 공통된 대답이 2~3년 후에야 나온다고 하자 어떻게든 먼저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였다. 아직 설계가 끝나지도 않은 제품을 20만달러를 주고 사오는 무모한 도전을 했다. 하지만 그 GaN으로 만든 증폭기는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제품을 보완하느라 2년 동안 진땀을 뺐다. 그렇게 지원을 하면서 스스로 GaN 기술력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화합물반도체로 유명한 미국 `크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사업을 함께 해 보자는 것이었다. GaN 설계는 RFHIC가, 생산은 크리가 하는 모델이다. 크리 덕에 해외에도 RFHIC 이름이 알려졌다. 영국의 선박용 레이더 제조사인 레이마린(RAYMARINE)에 진공관 증폭기를 대체하는 용도로 GaN 증폭기를 공급했다. 미국 해리스에는 군용 무전기에 사용되는 증폭기를 납품했다. 미국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미국 공장도 매입했다.

조덕수 대표는 “지난해에는 3200만달러 매출을 올렸으나 올해에는 5400만달러를 달성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애가 넘치는 형제의 성공스토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