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조삼모사(朝三暮四)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중국 고서 `열자(列子)`의 `황제편(黃帝篇)`에 나오는 우화에서 유래한 유명한 고사 성어다.

`중국 송(宋)나라 저공(狙公)이 키우는 원숭이들에게 아침에는 세 개, 저녁에는 네 개의 먹이를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이 화를 내므로,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바꿔 말하니 기뻐하였다`는 내용이다.

주로 `자기의 이익을 위해 교활한 꾀를 써서 남을 속이고 놀리는 것을 이르는 말`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원숭이들의 우매함을 비꼬는 뜻으로, 정치 등 시대 상황에 비춰 우매한 대중을 다루는 권모술수형 정치인을 빗대어 비판하는 얘기로도 쓰인다.

아이러니하게 시대적 배경이 1000년이나 지난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소비자를 우롱하는 악덕 기업의 상술, 유권자를 조롱하는 듯한 정치와 정치인의 정책 및 말 바꾸기가 그렇다.

50만 원짜리를 100만원이라 속여 70만원에 팔면서 마치 파격적으로 30만원을 깎아주는 듯 포장하는 수법은 조삼모사보다 더한 사기 판매다.

선거 때 마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 말하고,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간판을 바꾸고, 신규 정책을 내세우지만 선거 후에는 내용도 실천도 그대로인 것이 조삼모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악덕 기업주이나 권모술수에 능한 정치인은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던 것을 아침에 5개, 저녁에 2개 주겠다 하면 너무나 기뻐해 주인에게 충성할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심지어 아침에 6개 저녁에 1개를 준다면 감동의 눈물까지 흘릴 것이라며 비웃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원숭이들은 시간이 흐른 저녁엔 단 1개로 배고픔을 달래야 하는 현실에 봉착한 뒤에는 깨우칠 것이다.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4년 전과 비교해 달라지지 않은 정책과 언행을 보이는, 말로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조삼모사식 정치인은 대중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