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놓고 증권업계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증권사는 KRX가 예정대로 내년 9월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하면 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2일 증권사CIO협의회 관계자는 “산하에 팀을 구성해 차세대시스템 가동시점 연기 등 증권업계 요구사항을 KRX에 전달하고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KRX는 지난해 9월 현 시스템인 `엑스추어` 차기 버전인 `엑스추어 플러스` 구축에 착수, 내년 9월 완료할 계획이다.
증권업계는 내년 9월은 가동시점으로 너무 이르다는 주장이다. 증권사별로 막대한 금액이 투자되는 데다 이 예산 또한 회계처리상 내년도에나 마련이 가능하고,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추진하는 데는 다시 1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내년 9월 가동은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증권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증권사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파악하지 못한 채 사업을 추진했다”며 “증권사들이 거래소 차세대에 대응하기 위해 IT인프라 개선비용으로 적게는 2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가 IT인프라 개선에 나서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KRX는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주문처리 속도를 현 2만마이크로초에서 70마이크로초로 단축할 계획이다. 자본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증권사도 주문처리 속도를 70마이크로초로 단축시켜야 한다. 관련 애플리케이션 고도화도 필요하다. 주문처리 속도가 단축되면 주문시스템, 원장관리시스템 등을 변경해야 한다.
증권업계는 KRX 차세대시스템 구축 배경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해외 거래소보다 속도를 단축시켜야 한다는 것이 차세대시스템 구축 배경이다. 증권업계는 해외 거래소와 교차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거래소와 경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배경도 허수 주문이 많아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RX 관계자는 “속도를 단축시키는 것은 이용자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고 증권사가 이에 맞춰 속도를 단축시킬 필요는 없다”며 “아직 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10억원 이상이 투입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