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를 일컬어 `의식주`라 부른다. 이 가운데 음식은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해 매일 섭취하지 않으면 곤란하지만 버려지는 쓰레기도 상당하다. 실제로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550만 톤의 음식물쓰레기가 처리되고 있으며 1톤당 처리비용은 15만원에 달한다. 이를 계산하면 매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8,000억원의 세금이 허공에 사라지는 셈이다.
전체 음식물쓰레기의 70%는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발생한다. 급식이나 대형음식점은 26%에 불과하다. 따라서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만 줄여도 상당한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사업을 추진중이다. 말 그대로 음식물쓰레기가 나오는 만큼 처리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시행중인 쓰레기 종량제와 마찬가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서울시를 비롯해 광명시, 경산시, 영천시, 용인시, 군포시, 태안군 등 자치단체에서도 시범 사업에서 전면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아직까지 국민들 반응도 나쁘지 않다. 환경부가 작년 11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음식문화개선 및 종량제 시행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국민(84.6%)이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량제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정부가 적극적으로 음식물처리가 앞세워=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계획적인 식단이지만 식습관을 갑자기 바꾸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의 핵심은 `무게`다. 수분을 최대한 짜내야 하는데 이럴 때 쓸만한 가전제품이 음식물처리기다.
음식물처리기는 지난 2006년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해 2008년까지 전성기를 누렸지만 제품 자체의 성능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저가 모델이 난무하면서 급속도로 시장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fK가 3월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시장 규모는 22조 8,100억원에서 올해 27조 8,300억원으로 22% 늘어났다. 하지만 가스오븐과 가스레인지, 음식물처리기는 시장규모가 작아졌다.
당시 음식물처리기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성능. 음식물쓰레기를 완전히 건조하는데 적어도 12시간 이상이 필요했고 건조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등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부족했다. 이후 개선품이 시장에 나왔으나 이미 시장의 싸늘한 반응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전면 실시되면 `음식물쓰레기 부피=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므로 음식물처리기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과 비교해 성능이 높아졌다는 점도 호재다.

◇ 전력소비량, 성능 인증해야=정부에서도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실시에 앞서 음식물처리기를 시범적으로 보급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가 25개 자치구와 함께 추진하는 음식물처리기 도입 시범사업이 진행중이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주체가 되어 음식물처리기 도입 시범사업을 위한 업체 공모를 실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또한 예산 9억원을 확보한 상태이며 25개 지역구를 통해 수요 파악을 한 뒤 구체적인 보급대수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런 기회를 앞두고 업계의 움직임도 한층 바빠졌다. 2000년 말까지 이어진 호황 이후 이 분야에서 별다른 수익 기회를 만들지 못했던 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품은 구체적으로 온풍건조식보다는 분쇄건조식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온풍건조식은 뜨거운 바람을 순환시켜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시키며 분쇄건조식은 잘게 내용물을 분쇄한 후에 건조시킨다. 시간과 부피, 처리 효율성 등을 따지면 분쇄건조식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이 외에도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식이 있지만 대형 업소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가정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음식물처리기의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가 필터다. 필터가 제대로 장착되어 있지 않거나 제때 갈아주지 않으면 음식물 냄새가 집안으로 퍼져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음식물처리기에서 사용하고 있는 필터는 숯을 이용한 것이 많고 내부와 외부에 따로 설치해야 한다. 또한 필터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소모품 가격을 따져봐야 나중에 낭패를 보지 않는다.
필터 교환주기와 물 빠짐 호스 유무도 살펴야한다. 물 빠짐 호스가 장착된 제품은 따로 음식물 쓰레기에 포함된 수분을 외부로 빼내주지만 베란다나 주방 등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해야 하고 반대로 물 빠짐 호스가 없다면 이동이 손쉬운 대신 음식물 쓰레기를 건조시키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현재 음식물처리기 시장은 루펜리, 웅진코웨이, 매직카라 등이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성장 가능성에 비해 관련 업체수가 적은 편이다. 정부 차원에서 음식물쓰레기 절감과 음식물처리기 보급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어서 올해가 성장에 가장 적합한 시기로 보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과거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됐던 전력소비량 문제다. 정부에서는 아직 음식물처리기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식 인증이 없다. 또한 에너지 효율 인증과 성능이 떨어지는 저가형 제품이 범람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 단순히 시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라는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