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에 상관없이 단말기를 살 수 있는 이른바 `블랙리스트제(휴대전화 자급제)`가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통사 중심의 폐쇄적인 유통구조 개선방안으로 내놓은 휴대전화 자급제를 다음 달 1일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를 살 수 있는 곳이 다양해져 마트는 물론 해외에서 사온 휴대전화도 주파수 대역만 맞으면 유심(USIM; 범용가입자인증모듈)칩을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도난이나 밀수입 휴대전화를 제외하고는 모든 단말기를 자유롭게 개통할 수 있다.
약정에 매여 휴대전화를 바꾸지 못하는 일도 사라진다.
현행 단말기 유통구조에서는 이통사가 가입자에게 단말기 보조금을 주는 대신 1년이나 2년 단위 약정으로 묶어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바꾸지 못하게 했다.
KT[030200]의 스마트 스폰서나 SK텔레콤[017670]의 스페셜할인처럼 자사 유통망에서 단말기를 사면 추가로 요금을 깎아줘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휴대폰 자급제가 시행되면 유심 전환만으로도 핸드폰 기기를 바꿀 수 있게 된다.
요금제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KT나 SK텔레콤,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사는 아직 휴대전화 자급제에 대비한 요금제를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5월에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고 시장의 요구가 생겨나면 자유형 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는 각 이통사가 단말기 구매방식에 차별없이 할인받을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휴대전화 자급제도의 취지대로 단말기 구분없이 고객이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도 나름대로 유통망을 구축 중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산업의 축이 이동통신사에서 제조사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팬택은 "꼭 휴대전화 자급제 때문은 아니지만 기존의 5개 `라츠(팬택 유통전담 신설법인)` 매장을 20개로 늘리는 등 유통망 확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MVNO사업자들도 휴대전화를 유통할 수 있게 돼 `반값 단말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휴대전화 자급제 시행으로 이용자가 보조금 할인 때문에 단말기 선택에 제약을 받거나 요금할인과 단말기 할인을 혼동할 가능성이 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방통위는 저가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전화 요금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