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몇 잔이고 습관처럼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 회사에 오자마자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고 바로 쓰레기통에 버린다. 하지만 이 종이컵이 썩으려면 100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뿐만 아니다. 목이 말라 무심코 마시는 생수나 속이 답답하다고 마시는 콜라 등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있는 용액은 달콤하지만 그 끝은 쓰다. 플라스틱 용기는 땅 속에서 분해되려면 500년 이상 걸린다.
이처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빈 용기는 처치하기 곤란한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위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에드워드 박사는 자연분해성 플라스틱 합성물질을 이용해 병 내부 물질과 같은 맛이 나는 휴대형 용기를 개발했다. 일명 `위키셀(wikicell)`이다. 에드워드 박사는 “조만간 대량생산을 통해 일반 슈퍼마켓 등에 공급할 것”이라며 “인근 식당에서도 위키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셀은 영화 등에서 소품으로 사용하는 설탕으로 만든 빈 병과 같은 원리로 양산한다. 식용재료로 일종의 두꺼운 막을 만드는 것인데 오렌지, 포도, 토마토 등의 추출물을 이용해 이를 용기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에드워드 박사는 “위키셀 제조기계를 만들어 음료 업체에 개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며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위키셀로 만든 용기는 병 내부 물질과 같은 맛이 나도록 만들 수 있다. 소비자가 오렌지주스를 편의점에서 살 경우 내용물을 마신 뒤 오렌지 맛이 나는 용기를 씹어 먹을 수 있다. 식감도 천차만별로 표현할 수 있어 좀 더 아삭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에겐 딱딱한 느낌을 내는 물질을 더 첨가하면 된다.
개발은 끝났지만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아있다. 현재 미국식품의약부(FDA)의 최종 승인만이 남은 상태다. FDA는 18세 미만 청소년이 과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검토에 검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먹는 휴대형 용기인 위키셀도 개발 후 시판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