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 들어서니 5개 테이블에 제각각 앉아있던 처음 보는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한다. “저... 이장님을 뵈러 왔는데요” 한 쪽에서 “아, 아직 안 나오셨어요”하면 다른 테이블에서는 “여기 앉아서 기다리면 곧 도착할거에요”라는 답변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들어갈 때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스타트업 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해서 찾았는데 제대로 찾아온 게 맞나 의심스럽다. 벽도 없고 파티션도 하나 없다.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이 오가고 출입문에는 경비원이 지키는 기업이 가지지 못한 것은 공유와 협업 문화다. 신생 기업끼리 협업을 통해 더욱 창조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코업(co-up)`이다.
코업을 설립한 사람은 스타트업 기업인 사이에서는 `이장`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양석원 대표다. 양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미국에 갔다가 협업에 대한 신문기사를 읽고 `열린 공간(Open space)`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미국 협업 공간을 찾아다녔고 당시 스타트업 기업이던 트위터 등 실리콘밸리 회사를 방문했다. 미국 회사에서 잠깐 일하면서 협업 문화를 이해했다.
지난 2010년 3월 문을 연 코업 역시 스타트업 기업. 이곳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기업이 어울려서 또 다른 창조공간으로 태어나는 게 목표다. 일, 10일, 월 단위로 이용료를 내면 테이블과 사무기기를 쓸 수 있다. 커피도 제공된다.
설립 후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인포그래픽 전문 회사 `바이스 버사 디자인스튜디오`, 애플리케이션 개발사 `엠투리스트`, 목포에 본사를 둔 도메인 업체 `이노웹소프트`가 장기 고객으로 이용하고 있다. 개발자가 아니라도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DIY 게임`을 만든 문도연씨(37)도 며칠 전부터 코업을 첫 사무실 삼아 출근한다. 저작자가 허락한 저작물 공유를 위한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도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는 서로 업무하는 모습이 다 보이고 필요한 정보는 즉석에서 공유 된다. 지난해부터는 `코업도 대학`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발 언어, 개발 툴은 물론 인포그래픽과 관련한 다양한 강연을 수시로 열어서 스타트업 기업에게 도움을 준다.
이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양 대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창업 노하우까지 제공하는 투자 모임 `프라이머` 멤버로 활동한다. 올해는 `공유경제` 프로그램을 운영해 10개 스타트업 기업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양 대표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조화될 수 있는 사람이나 기업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