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이대론 안돼"

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이대론 안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도입 사업이 삐걱댄다. 일부 지역에서 문제점이 발생돼 관련 장비를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단체는 올해 예산을 다시 확보해 다른 방식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9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영등포구청은 지난해 1월 관내 8000여 세대에 전용용기를 활용한 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다가 1년 만에 철거했다. 3억3000만원을 투입해 설치한 RFID기반 음식물 쓰레기 장비 이용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은 2010년 8월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당시 함께 추진한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영등포구청만이 전용용기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외부에 설치된 음식물쓰레기 장비에 RFID 태그로 세대 인식을 한 후 전용용기를 투입해 쓰레기를 버리는 형태다. 당시 영등포구청은 지역 중소업체와 협약을 맺고 전용용기를 이용한 RFID 방식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시스템을 개발한 후 행안부의 U-서비스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추진하게 됐다.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주민은 “전용용기 이용이 불편하고 RFID 인식이 잘 안될 때가 많았다”면서 “외부 설치된 장비 결함도 잦아 다른 지역에 설치된 장비를 찾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결국 영등포구청은 양평동 등 시범지역에 설치한 음식물쓰레기 장비 176대를 모두 철거했다.

양등포구청은 올해 3억2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새로운 방식의 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전국 최초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RFID 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했지만 시행착오가 있었다”면서 “이를 보완해 올해 RFID 기반으로 새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구입했던 장비와 정보시스템은 모두 폐기 처분한다. 문제가 된 시스템을 또 다시 활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외부에 설치하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비 성능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스템 구축업체 관계자는 “처리장비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250만~300만원대 가격이 형성돼야 하나 지자체가 150만원대를 요구해 적정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처리장비에는 RFID리더기와 데이터 송수신, 저울 기능을 구현하는 장치들이 내장됐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RFID기반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행정안전부와 환경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2009년 전주시에서 처음 시작, 지난해까지 2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한다. RFID를 각 세대나 음식점 등에 부여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때마다 RFID로 세대 인식을 한 후 무게를 달아 버린다. 정부는 RFID 기반으로 수집된 세대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기준으로 누진세를 적용해 종량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등포구청이 지난해 도입했던 전용용기 방식의 RFID 기반 음식물쓰레기시스템. 사용편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전량을 폐기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