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11 총선과 스마트그리드

얼마전 트위터에서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를 검색해 보고 놀랐다. 트위터에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를 맞아 강릉·나주·제주 등 국회의원 후보들의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를 유치하겠다는 선거 공약들로 가득했다.

[기자수첩] 4.11 총선과 스마트그리드

후보자들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우리의 통신기술과 접목해 전력계통을 이어주고 국가의 전력 수요·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그리드를 표심잡기에 이용하고 있다. 국회의원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들먹이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거점지구 사업은 지능형전력망 운송·플레이스(가정 등 수용가)·신재생에너지·서비스 등 5개 분야별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해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까지 염두에 둔 국책사업이다. 거점지구 사업은 지역적 특성과 거점지구 완성 후 참여기업들의 수익창출, 해외 수출 모델까지 도출해야한다. 거점지구는 시범사업이 아닌 실제 사업이다.

거점지구는 전력수요가 많거나 전기자동차 운영이 불가피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이 선정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스마트그리드 분야별 특성을 고려, 지역 환경과 접목시킨 구축효과는 물론 사업화 타당성을 조사·분석해 정부에 사업계획을 제출한 뒤 엄격한 평가를 거쳐 선정하게 된다.

이는 국회의원 차원에서 유치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약을 내걸은 몇몇 지역구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떤 계획을 가지고 거점지구 유치 공약을 걸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들 모두는 거점지구 유치 공약 실천의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없었다. 국회의원이 되면 사업 예산편성이나 사업진행 등을 감시하겠다는 정도였다. 지역 주민에게 거점지구 유치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호소력의 전부였다.

거점지구는 정부와 기업들이 지금까지 수년 동안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 중인 모델을 사업화시켜야 하는 한국형 스마트그리드의 미래다. 유권자들을 향한 표심잡기에 이용돼서는 안된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