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회로기판(PCB) 후방 산업군에 새롭게 진입한 중소 기업들 가운데 최근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가는 곳들이 출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성공 사례는 국내 PCB 산업 후방 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변해야 할지 나침반을 제시하고 있다.
3차원(D) PCB 검사장비 기업인 고영테크놀로지는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히든 챔피언이다. 삼성·LG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세계적인 전자·자동차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고영테크놀로지가 창업 10년 만에 PCB 장비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남들과 차별되는 제품으로 고부가 시장을 개척한 덕분이다.
기존 PCB 검사 장비는 2차원 수준에서 평면 이미지로만 확인하지만, 고영테크놀로지는 3D로 높이와 체적까지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TV 등 첨단 전자기기 시장이 고집적 전자부품 수요를 촉발시키면서 3D 검사장비는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고영테크놀로지는 3D 인쇄검사장비(SPI)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3D 실장부품검사기(AOI) 및 3D DPMS(die placement measure system)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획기적인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아주스틸은 메탈 PCB 핵심 소재인 금속동박적층판(MCCL)을 개발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MCCL의 기본 소재인 알루미늄을 전기아연도금 강판으로 대체해 원가를 절반으로 낮췄다. 전기아연도금 강판은 알루미늄보다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얇게 제조할 수 있어 원재료가 훨씬 적게 사용된다. LED 조명 가격을 크게 내릴 수 있어 가정용 LED 조명 확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알루미늄을 대체할 수 있는 베이스기판 개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알루미늄보다 절연접착에 용이한 금속을 찾지 못했고, 절연접착 수지 개발 능력도 부족했던 탓이다. 아주스틸은 전기아연도금 강판과 동박을 절연접착하는 수지를 직접 개발해 어려움을 해결했다. 경쟁사들과 달리 강판 탈지·조도 등 전 공정을 내재화해 강판 표면처리 부문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것도 효과를 거뒀다. 시장 흐름을 읽고 빠른 속도로 대응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롤투롤 장비 업체인 피엔티는 PCB용 동박 장비를 국산화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외산보다 30~50% 저렴하지만, 납기는 절반 수준에 불과해 고객사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세계 롤투롤 장비 시장은 30조원 규모에 달하고, 국내 시장도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70% 이상을 여전히 일본·독일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상당수 국내 롤투롤 장비 업체들이 영세한 규모로 해외 장비를 본따는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피엔티는 독자 기술로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