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판 울트라북 성공의 3가지 조건

퀄컴판 울트라북 성공의 3가지 조건

퀄컴이 인텔 울트라북보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인 씨넷은 퀄컴이 울트라북보다 얇으며 무게가 덜 나가는 노트북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09년 선보인 스마트북의 후속 모델을 선보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트북은 스마트폰과 넷북의 중간 위치에서 틈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됐으나 제대로 소비자를 공략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진 제품이다.

퀄컴판 울트라북 성공의 3가지 조건

◇ 스마트북 실패로 얻은 교훈=당시 퀄컴은 스마트북이 넷북을 제대로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89달러 이하의 가격에 넷북보다 빠른 부팅 속도와 높은 사용자 편의성 등을 무기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스냅드래곤을 만든 퀄컴 제품담당 마크 프란켈 부사장은 휴대성이 높으면서도 사용자 경험은 기존 넷북과 차이가 많지 않은 플랫폼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위해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 GPS 네비게이션 내장 등을 통해 스마트폰 경험을 확대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인바 있다.

하지만 최초 스마트북에 적용될 예정이었던 스냅드래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주로 쓰였으며 스마트북은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부족을 극복하지 못했다. 또한 운영체제로 구글 안드로이드가 장착됐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애플리케이션 수가 크게 부족했고 서드파티에서 스마트북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던 것이 실패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런 쓰디쓴 기억을 가지고 있는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통해 다시 노트북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 자체에 눈길이 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에도 스냅드래곤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처음 스마트북에 쓰였던 스냅드래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

새로 선보일 퀄컴판 울트라북에 쓰일 CPU는 스냅드래곤 S4는 MSM8960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만 TSMC의 2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지며 쿼드코어에 1.5∼2.5GHz 클록을 지원한다. 또한 다이렉트X 9.3과 3G·LTE·GPS·블루투스·와이파이 등 다양한 통신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기존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성능은 150% 높고, 전력소비량은 65%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스냅드래곤 S4는 그 자체로 보면 윈도8을 구동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달리 울트라북은 내부 공간이 넓어 발열이나 배터리 성능에 한결 여유가 있고 운영체제가 애플리케이션도 스마트북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하다.

퀄컴판 울트라북 성공의 3가지 조건

◇ 원칩에서는 강력하지만 통신 기능 빠지면 불리할 수도=퀄컴이 울트라북 시장을 두드리는 것은 인텔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회사는 서로 PC와 통신 분야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자사의 제품이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쓰이길 원하고 있다. 쉽게 말해 PC는 물론이고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TV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기기에 쓰일 CPU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퀄컴의 울트라북 시장 진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퀄컴은 원칩, 그러니까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기지국과의 통신을 위한 베이스밴드 칩셋에서 상당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출시된 LTE 스마트폰도 예외는 아니어서 스냅드래곤 외에는 다른 AP나 베이스밴드 칩셋을 장착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장 상황 자체도 퀄컴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 투자매체 배런스는 퀄컴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IT 업계의 판도변화 속에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모바일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퀄컴도 꾸준히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3G뿐 아니라 LTE에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로열티 수입이 늘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실제로 지난해 퀄컴의 로열티 수입은 전체 매출액의 38%에 달하며 이익의 80% 비중을 차지했다. 순이익은 2010년 37% 올랐고 2011년 17% 늘어난 주당 3.7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퀄컴이 울트라북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나타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칩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TSMC는 최근 28나노 제작공정에 문제가 발생해 스냅드래곤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또한 스냅드래곤과 같은 ARM기반 CPU에 쓰일 윈도8은 인텔 x86 기반 CPU의 윈도8과 달리 몇 가지 기능이 제한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퀄컴은 다양한 제품에 스냅드래곤이 쓰이길 바라겠지만 3G나 LTE를 원하지 않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통신 기능이 빠진 퀄컴 스냅드래곤도 있지만 대안으로 TI OMAP이나 엔비디아 테그라, 삼성전자 엑시노스 등 여러 경쟁자가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업계 전문가는 "퀄컴은 통신 분야에서의 강점을 이용해 AP와 베이스밴드 칩셋을 합친 원칩 플랫폼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통신 기능이 제외된 경우에는 TI, 엔비디아, 삼성전자 등과 경쟁해야 하므로 퀄컴 울트라북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확실히 전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