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최고경영자(CEO) 고 스티브 잡스가 미래 핵심 트렌드로 제시한 클라우드 컴퓨팅, 생활가전제품 렌탈 등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공유경제`가 개인 소유의 자동차 문화에도 적용되고 있다.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이기도 한 카셰어링 산업은 고유가 시대에 매연 차량 확산을 줄이고 자동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감축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이로 인해 미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장이 열리고 있다.
카셰어링은 승용차가 필요할 때 가까운 지역에서 차량을 임대해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하고 요금을 회원카드로 지불하는 서비스다. 여기에 전기자동차까지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 산업이다.
최근 그린카·나누리·쏘카 등이 카셰어링 서비스 사업에 착수했고 한국카셰어링은 LG유플러스와, KT금호렌터카는 수원시와 카셰어링 서비스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도 지난해 말 한국전력 컨소시엄을 전기차 셰어링 시범 사업자로 선정, 교통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동국대·AJ렌트카 등과 시범사업에 앞서 올해 6월까지 운영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카셰어링은 렌터카와 달리 개인 차량처럼 빈 시간에 대여해 사용한다. 전국 서비스망을 통해 각 지역마다 차량이 배치돼, 가까운 거리의 차를 언제든지 이용하고 주유비나 별도의 유지관리도 필요 없다.
1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공유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사용이 가능하며 무인시스템으로 별도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직원을 만날 필요도 없다. 가격 또한 차량별로 시간당 최소 2000원부터 이용 가능해 렌터카보다 저렴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입장이다.
카셰어링 사업자의 편리한 서비스도 가능하다. 위치정보서비스(LBS) 기반 텔레매틱스 방식의 차량관제 시스템·모바일 관리체계·스마트폰 기반 예약 시스템 구축 등으로 소비자 접근에 유리한 서비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은 카셰어링 산업을 권장하기 위해 지정 주차공간을 제공하거나 오랜된 차량을 폐기처분하면 카셰어링 이용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 지원으로 산업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 차원의 인식 부족은 물론이고 관련 정책이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황기연 카셰어링포럼 회장은 “유럽에서 시작된 카셰어링은 세계 국가들의 친환경 정책과 스마트폰 등 IT서비스 확산, 유럽·미국 등 경제위기까지 맞물려 2008년부터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은 이미 카셰어링 회사 보유의 차를 공유하는 B2C 방식의 1세대 카셰어링에서 개인소유 차량을 공유하는 2세대 카셰어링인 P2P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공공 주도의 전기차 공유제를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며 국내 카셰어링 산업화 도입에 긴박함을 토로했다.
◇카셰어링이 자동차 구입포기를 유도한다=카셰어링 서비스가 택시사업이나 대중교통 이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매연 뿜는 내연기관 차량 소유를 포기하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추상호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최근 그린카 회원 66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카셰어링 활성화로 자동차 구매를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80% 응답자 중 87%가 자동차 구매 포기 시 대체 교통수단으로 대중교통(78%)과 택시(9%)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개인 차량을 구입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카셰어링과 대중교통을 병행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추 교수는 “설문에 응한 사람 중 소규모 가구에 살거나 젊은 연령층일수록 카셰어링 이용을 선호한다”며 “차량 소유 포기 시 출퇴근은 택시를 이용하고 여행 등 여가활동에는 카셰어링을 이용하겠다는 층이 많았다”고 말했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와 주유비 절감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 지역환경위원회(CRE)는 2007년 퀘벡지역 카셰어링 시행으로 연간 16만8000톤의 CO2를 줄였다고 발표했다. 미국 카셰어링 회사인 집카는 차량 소유자에 비해 차량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2010년 한해 동안 휘발유 829리터를 덜 소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는 공통적으로 유지비 부담으로 차량 소유를 고민하고 있거나, 단시간 사용이 필요한 대학생, 1가구 2차량이 필요한 젊은 주부들이 쇼핑활동 등으로 많은 사용을 하고 있다. 또 차량을 유지·관리 하는데 많은 비용을 쓰고 있는 법인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해외는 B2C에서 P2P로=카셰어링은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전파된 후 2008년부터 급속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카셰어링 업체 집카는 지난해 설립 10년만에 미국 전역에서 60만명 회원을 돌파했다. 운행하는 차량만도 9000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집카는 사업 초기에 시간단위로 요금을 부과하면서 요금에는 기름값과 보험료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을 내세운 마케팅 성공사례로 꼽힌다.
프랑스 오토립 역시 총 3200억원을 투입해 파리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카셰어링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카셰어링은 회사 보유 차를 공유해서 타는 B2C 방식의 1세대 모델에서, 개인 소유 차량을 전문 업체 운영시스템을 통해 공유하는 2세대 모델 P2P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설립한 릴레이라이드는 가입절차를 거친 회원카드로 다른 회원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시켜 시간당 6.5~15달러 대여 비용을 받고 있다. 회원들 입장에서는 차를 가지고는 있으나 하루 대부분 주차장에만 머무르는 자신의 차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고, 소비자는 싼 가격에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GM은 최근 자사의 멤버십 서비스 이용객들에게 자신의 차량을 릴레이라이드를 통해 대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신의 차량을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대여하기 때문에 각종 사고나 청결 등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에는 지인에게만 개인 차량을 공유하는 전문업체도 나왔다.겟어라운드는 페이스북을 이용해 친구에게만 자동차를 빌리게 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대여료는 연료를 충전함으로써 치르게 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카셰어링 사업 현황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국내 산업 현황은
국내에도 카셰어링 서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시범사업을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체와 이동통신사·렌터카업체 등이 한국형 카셰어링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한국형 카셰어링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환경과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활용, 사물지능통신(M2M)·LBS·RFID 등과 연계한 스마트한 차량공유 서비스다.
지식경제부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셰어링` 시범운영 업체로 한국전력·교통연구원·자동차부품연구원·동국대·AJ렌트카 등으로 구성된 한전 컨소시엄 사업자를 선정했다. 컨소시엄은 오는 7월까지 수도권 10개 지역에 전기차 30대를 시범 배치하고 3개월 간 무료 셰어링 서비스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도 이달부터 제주도 카셰어링사업에 쏘나타 하이브리드 차량 100대를 카셰어링 업체인 쇼카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쇼카는 제주특별자지도 30여 곳과 유명 숙박 시설을 중심으로 별도 주차 지역을 설치하고 제주도민과 제주도를 찾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KT그룹도 지난해 11월 수원시와 카셰어링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KT는 금호렌터카를 인수한 KT렌탈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사업 모델을 수립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도 최근 동국대학교·한국카쉐어링 등과 사업제휴를 맺고 일반인 대상 사업 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그린카가 유일하게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그린카는 수도권 120곳과 제주·부산·대구·대전·김해공항 등 전국 135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국 2000여곳에 그린카 카셰어링 서비스를 확충할 계획이다.
이봉형 그린카 대표는 “서울의 `그린존` 30곳에 예약소를 설치하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시간만큼만 예약하도록 시간제 대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30개 지역을 시작으로 금년 말까지 서울 300개 지역, 내년 말까지 1500개 지역에서 서비스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고/ 카셰어링 활성화하려면
개인 차량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세금 등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지만 실제 하루 중 사용하는 시간은 2시간을 넘지 못한다. 여기에 차량 보관에 주차장은 하루의 절반은 빈 공간으로 방치하고 있다. 2012년 초반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대수는 1900만대에 근접했고 늘어난 자동차는 교통 혼잡 문제를 넘어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중심의 소유경제에서 자원절약과 협력적 소비를 강조하는 공유시장경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유시장경제의 실용성에 대안은 자동차를 나눠 타는 카셰어링이다. 무선 IT기기를 이용, 자동차를 실제 소유하지 않고도 필요할 때 실시간으로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3의 교통시스템이다.
카셰어링은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가져다준다. 미국의 경우 카셰어링을 경험한 사람들의 자가용 승용차 이용 빈도가 40% 이상 감소했고 차량소유를 포기하는 경우도 10% 이상 나타났다. 또 최근 시작된 2세대 카셰어링인 P2P의 경우 개인들이 차를 소유함에 따른 부담이 상당 수준 경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량 제공자가 매달 80만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겐 카셰어링 산업의 강점이 많다. 국내 자동차 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결합된다면 우리 카셰어링 산업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한 국내 첫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는 6개월만에 회원 4만명을 확보했다. 확산 속도 역시 해외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다. 최근 실시한 카셰어링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승용차 소유자의 이용 빈도와 주행거리가 4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의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카셰어링이 개인차량 이용을 줄이고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정부의 법적 지원이나 카셰어링 산업 정착을 위한 정책은 전혀 없다. B2C 방식의 사업체를 설립하려면 관련 법 규정이 없기 때문에 렌터카 관련법인 대여자동차사업법을 준용해 최소 보유 차량대수가 50대를 넘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또 P2P 사업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의해 개인 승용차량의 영업행위로 간주돼 불법으로 처벌 받기 때문에 업체 설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카셰어링사업을 하는데 가장 어려운 건 주차장 확보다. 주차확보를 위해 차량 당 월20만의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 현실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주차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대형 건물에 부과하는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조항에 무료 카셰어링 주차면을 확보할 경우를 포함해 무료로 주차면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공공기관 주자창의 가장 편한 구역에 카셰어링 전용면을 설치하고 거주자우선 주차면을 카셰어링이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필요하다.
미국 뉴욕에서는 전용 주차면을 확보할 경우 건물의 주차장 공급 규정을 완화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교통 혼잡통행료·고속도로 통행료 감면·대중교통과 연계한 이용요금 할인과 카셰어링 사업용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구입 시 정부보조금 등은 카셰어링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보인다면 한국의 IT 강점을 살린 카셰어링사업은 국내 교통 혼잡 문제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모델로 발전할 것이다.
황기연 카셰어링포럼 회장 hwangkeeyeon@gmail.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