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0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의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전산 담당자를 많이 만났는데,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의 기업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빨리 적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일 언론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새로운 정보기술(IT) 패러다임으로 조명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비용절감과 업무효율성에 대한 조금 과장된 내용을 전해 들었고, 이는 CIO나 전산 담당자에게 압박으로 다가왔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는 머지않은 미래에 분명히 올 것이다. 하지만 강박관념을 가지고 빠르게 적용해야 할 부문은 절대 아니다. 클라우드에 대한 몇 가지 오해와 클라우드 도입 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을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비용 절감과 관련한 오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적용하면 언제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까. 답변은 `글쎄`다. 클라우드가 기업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러 장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일대일로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기면 비용절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 가격이 과거보다 많이 저렴해졌고, 호스팅 비용도 굉장히 낮기 때문이다. 비용절감만을 목적으로 충분한 사전조사 없이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종량제 과금 정책에 유리한 사업을 하는 기업, 유연한 확장성이 필요한 기업, 초기 투자비용이 부담스러운 기업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훌륭한 비용절감 모델이 될 수 있다.
둘째, 모든 레거시 시스템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옮길 수 없다. 태생적으로 클라우드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이 있는 반면에, 물리적인 하드웨어시스템에서 구동돼야 하는 솔루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 유닉스와 대부분의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이런 솔루션을 사용할 수 없다. 또 중앙처리장치(CPU)를 많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나 대용량 데이터를 분산 처리해야 하는 시스템, 보안을 철통같이 해야 하는 시스템 역시 클라우드가 적합하지 않다. 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키텍처를 구성할 때부터 클라우드 컴퓨팅에 맞게 구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기업에 클라우드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나는 꼭 클라우드 컴퓨팅이 전부가 아니라고 조언하고 싶다. 클라우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 95%의 컴퓨팅 파워는 물리적인 머신에서 구동되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현재 시점에서는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클라우드로 옮겨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그보다는 기업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을 먼저 정리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물리적인 시스템을 구동해야 하는 부문과 100% 클라우드로 전환해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부문, 또는 점진적으로 클라우드로 전환해야 하는 부문 등으로 우선 구분해 현재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기업의 중요한 DB나 전사자원관리(ERP)와 같은 핵심 시스템은 기존 레거시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서버호스팅 서비스를 받고, 웹서버·개발서버·그룹웨어·메일서버처럼 민첩성이 중요하고 확장성 있는 시스템은 퍼블릭 클라우드를 활용해 두 개의 시스템을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이한주 한국호스트웨이 대표 ceo@hostw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