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2.0리터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로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볼보 2.0리터 디젤엔진은 지난해 초 소형 해치백 C30을 통해 국내에 첫 발을 디뎠고, 올해 3월부터 차례로 S60, S80, XC60에 추가됐다.
그 동안 국내에서 판매된 볼보 디젤차들은 2.4리터 엔진을 탑재했다. 우리나라에서 2.4리터라는 배기량은 참 애매하다.
그리 크지 않은 차체에 가솔린 대비 토크가 좋은 디젤 엔진을 탑재하는 경우라면 2.4보다는 이래저래 부담 적고 효율적인 2.0이 낫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늦은 감이 있지만, 드디어 볼보의 2.0리터 디젤 본진이 국내에 상륙한 셈이다.
볼보 S60, S80, XC60에 탑재된 2.0리터 `D3` 디젤 엔진은 3500rpm에서 163마력 최고출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S60을 기준으로 보면, 경쟁 모델 중 아우디 A4 2.0 TDI, BMW 320d보다 최대토크가 높고 벤츠 C220 CDI와는 같은 수준이다.
기존 2.4리터 `D5` 디젤 엔진은 215마력, 44.9㎏·m 성능을 가졌다. D3는 D5와 같은 엔진 블록을 쓰되 실린더가 움직이는 거리를 줄여 배기량을 낮춘 엔진이다. 즉, 볼보가 4기통과 6기통의 장점을 아울렀다고 말하는 특유의 직렬 5기통 구성을 2.0리터 디젤에서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와 함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수단을 동원해 연비 향상은 물론 소음, 진동 감소까지 노렸다.
자동차 경주장과 일반도로에서 S60 D3, S80 D3를 시승해보니, 2.0리터 디젤 엔진은 이들과 궁합이 아주 좋았다. 볼보 차로서는 이례적으로 스포티한 성격을 내세운 S60, 볼보 세단의 기함 자리를 맡고 있는 S80 모두 저 중속에서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아도 시원시원하게 뻗어주는 가속감이 기대 이상이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훌쩍 넘어선 구간에서는 D5보다 부족한 뒷심을 무시할 수 없었지만 실용영역에서는 과연 더 바랄 것이 있나 싶다. 2.0이지만 자주 사용하게 되는 1500~2750rpm에서 4.0리터 가솔린 엔진에 필적하는 토크가 나온다는 것은 이렇게 실질적인 주행 여력으로 나타난다.
정차 중 진동은 약간 있었지만 디젤 엔진을 쥐어짤 때 나타나는 거슬리는 기계음은 들리지 않았다. 연약한 듯 매끄러운 볼보의 가솔린차와 비슷한 음색을 내는 것도 특이사항이다. 가격 대비, 기대 대비 종합적인 만족도로 따지면 그동안 볼보 차에 얹혔던 어느 엔진보다 매력적이다.
다만, 2.4 대비 연비 향상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 올해부터 적용되고 있는 새 공인 연비 기준의 복합 연비를 보면 S80 D3는 13.6㎞/ℓ, S60 D3는 14.0㎞/ℓ이다. 기존 D5는 S80이 15.2㎞/ℓ, S60은 15.3㎞/ℓ였다. 맞비교를 위해 D3에도 과거 측정법을 적용한 결과는 S80 15.3㎞/ℓ, S60 16.0㎞/ℓ라고 한다.
두 모델 모두 S60, S80의 프리미엄 버전에 달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보행자 인식 풀 오토 브레이크 등의 사양은 빠졌지만 저속 추돌 사고 경감 시스템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경고장치 `BLIS` 등은 그대로 제공된다.
볼보 코리아에 따르면 2.0 디젤 모델들은 배기량을 낮췄을 뿐 다운 그레이드라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대부분의 사양을 유지했다고 한다. 가격은 S80 D3가 5400만원, S60 D3는 4480만원이다. 이쯤 되면 경쟁 모델보다 높았던 배기량을 반납한 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더했다고 말할 수 있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