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스마트 브랜치, 채널 비즈니스 전략부터 수립해라

2000년대 이후 현금자동화기기(ATM)와 텔레뱅킹에 이어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꾸준히 늘어났다. 사용자도 급증해 전체 금융거래 중 비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87%에 이른다.

[CIO BIZ+]스마트 브랜치, 채널 비즈니스 전략부터 수립해라

이는 영업점 방문객을 줄여 업무 효율화를 이루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문제는 비대면 채널에서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 상담 등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업점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했던 비대면 채널 강화가 이제는 수익 악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은 해결방안으로 고심 끝에 스마트 브랜치를 꺼내 들었다. 국내 은행들이 추진하는 스마트 브랜치를 집중 분석해 봤다.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기업은행 등 은행 대부분이 앞다퉈 스마트 브랜치를 만든다. 상반기 서울 강남, 신촌, 광화문 등에 스마트 브랜치를 개설한다. 은행별로 추진하는 스마트 브랜치 구축 전략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존 영업점을 재설계하는 형태도 있고 새롭게 영업점을 여는 곳도 있다. 브랜치 내 소규모 브랜치를 만드는 형태도 있다.

문제는 은행 대부분이 명확한 채널전략 없이 유행처럼 스마트 브랜치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영업점 인테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스마트 브랜치가 고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은행은 수익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 아닌 고객 관점에서 접근해야=채널전략 부재로 생기는 문제는 스마트 브랜치 접근 관점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스마트 브랜치가 새로운 채널로서 혁신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고객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은행 대부분은 고객이 아닌 은행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스마트 브랜치를 인력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 차원에서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마트 브랜치로 영업점 직원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객에게 할 일을 너무 많이 부여하는 단점이 생긴다. 예를 들어 고객 스스로가 미디어 월, 미디어 데스크, 영상회의 시스템 등을 모두 조정해야 한다. 영상회의 상담조차 고객이 알아서 요청을 해야 한다. 자칫 가정이나 직장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인터넷뱅킹이나 콜센터 상담보다 못한 서비스가 될 수도 있다.

과거 리먼브러더스는 스마트 브랜치를 구축하면서 영업점 직원을 폐쇄된 한 곳에 모아 놓고 일부 상담만 담당하게 했다. 나머지는 모두 고객이 스스로 하도록 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은 고객을 잃게 했고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이후 리먼브러더스는 스마트 브랜치 전략을 중단하고 전통적인 영업점으로 회귀했다.

국민은행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전국 40여개 대학에 개설한 `락스타존`도 비슷한 사례다. 주고객으로 설정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영업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은행은 다른 영업점과 동일한 영업시간을 적용했다. 영업점 위치와 내부 인테리어만 대학생에게 맞췄을 뿐 서비스는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지점 특성에 맞게 영업점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한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스마트 브랜치는 명확한 채널 전략을 기반으로 그에 맞는 특화된 점포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막연히 트렌드 따라잡기 식으로 보여주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깃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해야=또 다른 문제는 고객 분석에 따른 명확한 타깃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타깃 전략이 없다 보니 스마트 브랜치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 개발도 이뤄지지 않는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해 복잡한 금융상품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는 온라인 프로세스도 없다.

현재 은행 대부분은 스마트 브랜치를 도입하면서 기존 영업점을 재설계하는 데 그치고 있다. 영업점을 젊은 사람 감각에 맞게 다시 디자인하고 미디어 월, 미디어 데스크, 영상회의 시스템 등 디지털 디바이스를 갖추는 정도다.

겉모습은 스마트 브랜치지만 여전히 상품 안내는 종이로 된 홍보물을 이용한다. 수많은 전표도 여전히 종이로 이뤄져 있다. 은행이 페이퍼리스를 구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미디어 월을 설치했다 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콘텐츠와 프로세스가 없으면 단순한 광고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스마트 브랜치에 맞는 타깃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기존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 전략과 연계해 틈새 고객을 찾아야 한다. 프라이빗뱅킹(PB)과 인터넷·스마트폰뱅킹 이용자가 아닌 스마트 브랜치에 맞는 고객이 누구인지 구분해야 한다. 이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도 뒤따라야 한다.

고객이 얼마나, 어떻게 이용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은행이 효과적인 스마트 브랜치를 만드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진섭 국민은행 신금융사업본부장은 “고객이 스마트 금융을 요구하지 않는데 너무 앞서 투자를 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다고 다른 은행보다 투자를 뒤늦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관련 법·제도가 상충되는 것도 걸림돌이다.

◇사이버 브랜치 강화가 더 효과적=스마트 브랜치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대안 모색도 활발하다.

또 다른 은행 CIO는 “최근 추진되는 스마트 브랜치는 지난 2000년대 중반 많은 은행이 추진한 사이버 브랜치와 유사하다”면서 “단지 과거보다 디바이스와 네크워크가 발전한 것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 사이버 브랜치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고객 접점 인프라만 갖췄을 뿐 사이버 브랜치 이용 고객을 전담하는 영업과 마케팅, 조달 등 조직과 프로세스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이버 브랜치도 고객 접점 인프라만 갖추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총체적 영업점 전략 고민도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미 많은 은행이 수년 전 점포를 혁신하고자 카페형 영업점을 만들기도 했고 대형 유통점이나 기관 내 소규모 영업점을 개설하기도 했다. 또 은행 영업점에서 통신사가 휴대전화를 판매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그러나 대부분 장기적인 채널전략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해 일시적인 유행에 그쳤다.

이런 관점에서 스마트 브랜치보다 가상 공간에서의 사이버 브랜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다이렉트뱅킹을 보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콜센터를 연계해 단순 금융거래와 상품 판매를 이원화하는 것이다. 노트북 등 PC나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로 영상 상담도 가능하게 하고 고부가가치 금융상품 판매를 위해 PB 영업점 등 전통적인 영업점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성공적인 스마트 브랜치 운영을 위한 기본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