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개발명 ‘아이비브리지’) 발표가 다음 주로 다가왔다. 그동안 물건은 미리 풀려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언급해서는 안되는 ‘볼드모트’ 취급을 받았던(?) 인텔 7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도 지난 4월 8일부로 정식으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공식 출시일 이전에 제품이 풀리는 일은 일본·중국 등지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던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이들 두 나라보다 한국 시장에 먼저 제품이 풀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 전압은 문제없지만… = 그동안 인텔은 AMD와 달리 새로운 프로세서가 출시되면 프로세서를 꽂는 메인보드 소켓 규격을 매번 바꿨다. 덕분에 업그레이드를 감행하려면 매번 새 메인보드를 사야 했다. 하지만 이번 달 말에 발표되는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약간 다르다. 2011년에 출시되었던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와 마찬가지로 ‘LGA 1155’ 규격을 쓴다.

물론 2010년 이전에 PC를 장만했던 사람이라면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새로 장만해야 한다. 하지만 2011년에 업그레이드를 해 2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넘어왔다면 메인보드 교체 없이 프로세서만 바꿔 한 번 더 업그레이드 할 방법이 남아 있다. 전원공급장치·메모리·그래픽카드가 모두 최신규격이라 따로 돈을 들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새 프로세서가 발표될 때마다 프로세서가 이용하는 전압이나 전력소모량에 차이가 있어 기존 메인보드에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간혹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 오히려 전력 소모가 낮아서 전압이나 전력소모량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PCI 익스프레스 3.0이 문제? = 현재 주요 메인보드 제조사는 기존 6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서도 3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쓸 수 있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내놓고 있다. 이 업데이트를 적용하면 오는 4월 말 정식 출시되는 3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바로 갈아탈 수 있는 것. 하지만 이들 메인보드 제조사가 내놓은 바이오스는 대부분 H61 칩셋을 쓴 메인보드용이다. H67·P67·Z68 등 나머지 3개 칩셋을 쓴 메인보드용 바이오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을 쓰거나 그래픽카드를 하나만 꽂아서 쓰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픽카드를 2개 이상 꽂아서 쓸 경우 제대로 된 속도를 낼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도 신중을 기하는 상황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인텔 최초로 PCI 익스프레스 3.0 규격을 지원한다. 이 규격은 기존 PCI 익스프레스 2.0보다 전송속도가 높아져 그동안 시장에 먼저 나왔던 PCI 익스프레스 3.0 규격 그래픽카드는 물론 앞으로 등장할 고성능 그래픽카드도 지장 없이 쓸 수 있다.
◇ 구입 시기에 따라 희비 갈려 = 일단 기존 6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 그래픽카드를 1장만 꽂아서 쓰거나 프로세서 내장 그래픽칩셋을 쓴다면 호환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래픽카드를 하나만 꽂을 수 있는 H61 메인보드용 바이오스가 먼저 나온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3D 성능을 높이기 위해 그래픽카드를 2개 꽂아 쓰고 있을 경우 전송 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같은 H67·P67·Z68 메인보드라 해도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제품이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적다. ‘Gen3’와 같은 문구가 메인보드 모델명에 포함되어 있거나 제품 설명에 ‘PCI 익스프레스 3.0 규격 지원’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면 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함께 써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11년 상반기에 구입한 6시리즈 메인보드에 그래픽카드를 2장 꽂아서 쓸 경우 속도 저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메인보드 유통사의 고민도 만만찮다. 3세대 코어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PCI 익스프레스 3.0 지원 여부까지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된다, 안 된다’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래픽카드를 1개만 꽂아서 쓰면 사실상 어느 메인보드에서나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래픽카드를 2개 이상 꽂아 쓰면서 제성능을 내고 싶다면 올해 출시된 7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