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해외 휴대폰 제조사가 한국에서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체제의 스마트폰 시장이 형성되면서 해외 제조사의 인원감축 도미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TC·노키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휴대폰 업체 한국지사에서도 인원 축소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 제조사 실적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법인 규모를 키운 HTC 인력이 대거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애플코리아 등 상황이 나은 경쟁사로 이동한 사례도 목격됐다.
스마트폰 시장 다크호스로 주목받던 HTC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부진한데 이어 최근 1분기도 작년 동기 대비 매출 35%, 순이익 70%가 급감했다. 10.8%에 달했던 HTC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6.3%, 1분기 4.5%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HTC는 다국적 기업 최초로 4G 와이브로폰과 롱텀에벌루션(LTE)폰을 출시하며 분전했지만 국내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한 다국적 제조사 임원은 “외산 제조사 중 유일하게 LTE폰을 내놓으며 적극 대응하던 HTC도 실적 악화로 인력 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HTC 인력 이동 문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HTC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해 윈도폰을 출시한 노키아는 마케팅 담당 임원이 퇴직하는 등 조직을 최소화했다.
노키아 한국법인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윈도폰 `루미아710`을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윈도 운용체계가 생소한 것은 물론이고 스마트폰 필수 애플리케이션이라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미지원 등 윈도폰 생태계 구축이 미흡했다.
KT는 루미아710을 구매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게임기 `X박스 360`을 주는 프로모션 등을 펼치고도 간신히 1만대정도 판 것으로 알려졌다. 노키아는 미국 AT&T에서 LTE폰 루미아900을 99달러(2년 약정)에 출시했는데 한국은 출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노키아는 1분기 글로벌 실적 저조로 14년 만에 휴대폰 판매량 1위를 삼성전자에 뺏기는 수모까지 겪었다. 노키아 측은 “인원 구조조정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 합병을 앞둔 모토로라코리아도 인력 재배치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