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가 나를 살렸다"

세상의 모든 게 터치로 움직인다. 대표적인 게 바로 스마트폰. 2,000만 대 이상 팔렸다. 그 뿐 아니라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디지털도어록, 마우스까지 터치로 작동한다. 하지만 손이 닿는 터치 안에 도사리는 세균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 천년넷 오태호대표는 ‘터치 시대일수록 항균코팅 제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천년넷 오태호대표는 ‘터치 시대일수록 항균코팅 제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장 스마트폰만 해도 화장실 변기보다 더럽다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다. PC방에 있는 키보드나 마우스는 이보다 5,000배 이상 세균에 오염되어 있다. 이렇게 생활 곳곳에 도사린 세균을 퇴치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항균코팅제 테플렉스 바이싹을 판매중인 천년넷(www.teflexvissac.com) 오태호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에어컨 냄새 잡으려다 = 차량용 공기청정기 업체를 운영하던 오태호 대표는 4년 전 여름철만 되면 가시지 않는 정체 모를 냄새를 잡기 위해 골몰하고 있었다. “에어컨에는 증발기(에바포레이터)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자동차 에어컨은 보통 대시보드 밑에 이 증발기를 설치하죠. 그런데 보통 에어컨을 몇 년 쓰다보면 여기에 물방울이 맺히면서 곰팡이가 피거든요. 이게 문제예요.”

보통 운전자가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 에어컨 필터는 바꿔도 증발기까지 신경 쓰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 이 증발기에 생겨난 곰팡이가 바로 퀴퀴한 냄새를 만드는 주범이라는 것. 오 대표는 “에어컨 틀 때마다 냄새나죠? 그거 결국 곰팡이를 실시간으로 들이마시는 겁니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증발기에 맺힌 곰팡이를 아무리 소독해도 잠시만 효과를 볼 뿐 곰팡이는 다시 피어오른다. 오 대표는 효과를 얻을 물질을 찾아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러시아에서 특허 개발된 테플렉스라는 물질을 발견했다.

◇ 우연찮게 만난 ‘세균 잡는 군사 기술’ = 요즘 흔히 쓰이는 기술도 냉전시대 군사용으로 개발했다가 냉전 종식 후 민간으로 넘어온 게 많다. 인터넷도 시작은 미 국방성이 1960년대 개발한 기술에 기초를 둔다. 테플렉스 역시 구 소련이 생물학전에 대비해 개발한 물질이다. 세균을 구성하는 단세포 바이러스의 세포막을 파괴해 균을 죽이지만 각종 장비나 인체에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 바이싹을 식빵에 뿌린 뒤 3주가 지난 모습. 바이싹을 뿌린 부분만 곰팡이가 피지 않았다.
▲ 바이싹을 식빵에 뿌린 뒤 3주가 지난 모습. 바이싹을 뿌린 부분만 곰팡이가 피지 않았다.

“테플렉스라는 물질은 세균을 죽일 뿐 아니라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효과도 갖고 있어요. 소독용으로 흔히 쓰는 알코올은 휘발성 탓에 한 번 뿌리면 그만이지만 테플렉스를 뿌린 곳에는 미세한 코팅 막이 생기죠. 인체는 해가 없고요.” 정말 그럴까 싶어 직접 테플렉스 용액 120㎖ 가량을 마셔보기도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다른 해는 없었는데) 하루 설사로 고생은 했습니다(웃음).”

시기도 좋았다. 제품 출시를 준비하던 2009년 당시만 해도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려 손 소독용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테플렉스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미 살균 효과를 인정받은 데다 다른 손 소독용 청결제보다 뛰어난 특성이 많았다. 끈적임이나 냄새도 없다. 효과를 자신한 오 대표는 손 소독용 상품으로 테플렉스를 선보이기로 하고 아시아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케이아이티패코에 총판권을 취득했다.

▲ 바이싹을 적셔서 스마트폰을 닦기만 해도 얇은 항균막이 생긴다.
▲ 바이싹을 적셔서 스마트폰을 닦기만 해도 얇은 항균막이 생긴다.

하지만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국내법을 보니까 소독용 알코올이 안 들어가 있으면 손 소독제로 판매할 수가 없더군요.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게다가 테플렉스는 공교롭게도 알코올하고는 절대 안 섞입니다. 30만 개나 미리 제품을 만들어 놨는데 손 소독제로는 팔 수 없게 된 거죠. 그야말로 망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한 1년간 힘들게 버텼습니다.”

◇ “곰팡이가 나를 살렸다” = 유럽이나 러시아에서는 테플렉스가 들어간 제품을 손 소독제는 물론 수술용 기구 소독에도 쓴다. 하지만 국내에는 관련 법규상 손 소독제로는 제품을 팔 수 없게 된 것이다. 1년 동안 힘겹게 버티던 오 대표를 살린 건 우습게도 곰팡이였다. “아파트가 고층화되다 보니 실내외 온도차가 심하게 납니다. 그러다 보니 곰팡이가 자주 생기는 데 없애기도 쉽지 않죠.”

2009년 국내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베란다에 자꾸 곰팡이가 생기는데 이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곰팡이가 생기는 곰팡이철이 따로 있죠. 습한 여름 장마철과 온도차가 심한 겨울입니다. 그래서 2009년 9월 아파트 단지 50가구를 대상으로 상품을 시범 시공했어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나서도 이 효과가 지속되는지 확인이 필요했던 겁니다.”

시공 후 1년이 다 되어 가던 어느 날 오 대표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50가구 중 한 곳에서 곰팡이가 다시 발생했다는 것. 부랴부랴 달려간 오 대표는 현장을 보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장에 가보니까 곰팡이 모양이 삼각형으로 생겼더라고요. 시공할 때 원액을 묻혀서 페인트칠할 때처럼 바르거든요. 그런데 하필 그 부분에만 제품이 제대로 안 묻었던 겁니다. 집 주인도 신기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아찔했다며 웃는다.

◇ 곰팡이 제거제 인기몰이 = 항균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업체의 고민은 단 하나. ‘어떻게 효과를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싹은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확실하게 없앤다. 시범 시공했던 아파트 단지에서는 2년이 지나도록 곰팡이 소식이 없단다. “시공 후 2년간 보증합니다. 2년 안에 하자가 생기면 전액 환불이고요. 하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고는 (지금까지) 시공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결국 오 대표는 2011년부터 ‘먼저 눈에 보이는 곰팡이를 잡자’고 결심하고 대형 아파트 단지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결과는 바로 매출로 이어졌다. 2011년 매출은 무려 2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80% 이상은 아파트 단지 시공에서 나온 매출이다. “일반 판매도 괜찮았죠. 3만 개 팔아서 4억 매출은 만들었으니까요.”

▲ 신발용, 전자제품용, 의류용, 곰팡이 제거용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 신발용, 전자제품용, 의류용, 곰팡이 제거용 등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다.

현재 바이싹 제품은 곰팡이 제거용을 비롯해 신발용, 전자제품용, 의류용 등 6가지로 이뤄져 있다. 얼마 전에는 깐깐하기로 유명한 한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2,000명 가까운 구매자를 확보하기도 했다. 오 대표는 “동남아 지역에는 아예 직물에 테플렉스 성분을 적셔서 항균 섬유를 만드는 곳도 있더라”며 포트폴리오를 더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 곰팡이 고통 받는 주택에 희망을 = 올해 목표는 높게 잡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단 제품을 알리고 성능을 인정받는데 올인했죠.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연구소에 샘플 다 보내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몇 개는 진행 중인데 이게 성사되면 올해 매출은 2배 이상 될 겁니다.”

뭔가 말할 듯 잠시 망설이던 오 대표가 “소셜커머스 진행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느낀 게 많다”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입주한지 1~2년도 안 됐는데 곰팡이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이 아파트나 단독주택 할 것 없이 너무 많더라고요. 지을 때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 곰팡이를 고려하지 않은 집이 상당하다는 얘기죠.”

▲ 오 대표는 ‘곰팡이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 오 대표는 ‘곰팡이로 고통받는 세입자들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베란다 2개에 곰팡이 제거 시공하는데 30만원 넘게 드는 데다 사후 보증 안 되는 곳도 허다해요. 요즘 같은 때 부담스러운 비용이죠. 저희 제품은 셀프 시공이지만 9만원대에 해결할 수 있어요. 자랑하자는 게 아닙니다. 혹시 곰팡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꼭 한 번 써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