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이우성 전자부품연구원 수석

“공정 기술로 규모의 성장을 이룬 소재부품 산업이 질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소재 원천기술 연구개발(R&D)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우성 전자부품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산업의 원천기술 R&D를 보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금을 쏟아붓고 6개월, 1년 안에 성과를 기다리는 근시안적 인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뜻이다.

“우리나라는 너무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내 실적을 내는 R&D는 대기업이 다 알아서 합니다. 정부는 산업의 미래 비전을 보고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도 위험도가 높고 아이디어가 있는 R&D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PCB 산업은 취약한 기반기술 때문에 화학·세라믹 등 수요가 높은 소재 분야에서 대일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일본에서 개발된 PCB 소재는 2~3년 후 우리나라에서 차세대 PCB 재료로 각광받는다. 원천 기술을 가진 일본과 주로 공정 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인텔과 소재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을 구축하고 기술력으로 앞서가는 대만은 물론, 규모를 앞세운 생산 공장 중국에도 우리나라는 늘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 수석은 “현재 반도체 PCB, 플렉시블 소재, 텍타일 등 특수 기능 소재에서 선진국들의 신기술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그동안 소재나 장비 기술을 등한시하다보니 PCB 후방 산업의 체질이 허약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원천 소재 기술을 확보한뒤 다음 세대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유기적인 R&D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내 학계의 소재 전문가들과 국책 연구원이 협력해 장기적인 로드맵의 연구를 진행하고 기업들은 성능평가 등을 말아 불필요한 과제를 줄이는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지금처럼 범용 소재에 대한 대기업의 독점 구조를 해소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소재 원천 기술 확보와 더불어 국내 PCB 기판 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이 수석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정 관리 체계를 확산시켜야 하고 해외 고객사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 지원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산업 현장부터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정비하고 전문 인력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