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1조원 시대를 연 휴맥스 성공 신화에는 `계획대로 생산`하는 체제를 갖춘 공급망관리(SCM) 프로세스혁신(PI)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맥스(대표 변대규)는 지난 3년간 글로벌 SCM PI활동으로 불용재고를 80% 줄이고 물류비용도 20% 절감했다고 17일 밝혔다. 2008년 50%에 머물던 생산실적 준수율은 올해 90%를 넘어 섰으며, 같은 기간 판매실적 준수율은 세 배 가량 뛰어 올랐다. 이 기간 휴맥스 매출은 7000억원 수준에서 1조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갔다.
사내 혁신실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휴맥스의 SCM 혁신 활동은 △계획 수립 △생산 및 판매 △구매 △물류 등 전사 영역에서 추진됐다. 상용 툴 없이 자체적으로 SCM 시스템을 개발해 주 단위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실생산량과 계획을 일치시키는 체제를 만들었다.
세계 11개 판매 법인과 10개 공장에서 약 90개국에 셋톱박스 등 제품을 수출하는 휴맥스는 해외 각 생산공장과 영업간 `정물일치`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ERP 데이터와 실물이 같도록 캠페인을 펼쳐 최소 주 1회 계획을 일치시키고 매주 열린 판매운영계획(S&OP) 회의를 통해 이를 정착시켜 나갔다.
`계획대로 생산` 방침에 따라 판매에서는 실제 팔 물량을, 생산은 실제 생산할 물량을 기준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확정된 계획의 실적과 미진한 내용을 매주 분석해 나간 것이 핵심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는 과거 삼성전자 SCM 혁신 활동에 접목된 SCM 프로세스 개선의 핵심 사상이다.
휴맥스는 이를 △사내 문화로서 핵심성과지표(KPI) 정착 △시스템을 통한 투명 관리 △개선 아이템 발굴 및 이슈 해결 등 노력으로 벤처 특유의 지속 가능한 SCM 모델로 흡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데이터를 중심으로 관리를 해보니 과거에 자재 탓으로 돌리던 문제도 불과 30% 정도만 자재 문제이고 품질, 라인운영, 개발지연 등 다른 부분에 근본적 문제점들이 상존했다는 점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 자재 조달 여부 파악 어려움으로 기존에는 3주치만 수립하던 생산 계획은 향후 16주치 생산 계획 체계로 개선시켰다.
SCM 혁신 활동을 KPI를 준수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실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겁게 수행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썼다는 것이다.
이용훈 휴맥스 혁신실 상무는 “과거에는 열정으로 덮어왔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SCM 관점에서 혁신 활동을 추진해 온 것”이라면서 “프로세스 혁신과 IT 개선 자체에 매달리기 보다 문화적인 변화 관리에 힘을 기울여 자율적이고 즐거운 혁신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