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난방업계 허리가 휜다]<상>열요금 공공요금?...사업자는 존폐 걱정

지역난방업계가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 친환경·편리성이라는 장점으로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며 정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료비 연동제와 가격 통제 등 현재의 가격구조로는 공멸뿐이라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정부 또한 업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물가라는 대의명분에 막혀 쉽사리 가격 구조에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역난방 시장의 현실과 정부와의 시각차를 집중 조명한다.

지난해 지역난방업계는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26개 사업자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한국지역난방공사, GS파워, 안산도시개발 등 6개 사업자에 불과하다.

2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SH공사 집단에너지 사업단은 54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인천종합에너지와 부산정관에너지는 지난해 200억원대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누구도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 지역난방업계가 안고 있는 누적적자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가 사업을 계속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매물로 내놔도 유찰되는 다른 기업의 전례를 감안하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지역난방업계가 처한 위기의 단초는 열요금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주요연료가격이 급등했지만 열요금은 전력요금과 같이 원가에 못 미치고 있다.

지역난방 열요금은 연료비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매년 네 차례(3·6·9·12월) 조정된다. 연료비 인상에 따른 열요금 인상 요인을 지식경제부에 신고하는 구조이지만 보이지 않는 통제가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한국지역난방공사요금 기준으로 2010년 세 차례 동결하고 한 차례 인하한 후, 지난해 3월 1% 인하, 6월 동결을 거쳐 9월과 12월 각각 6.9%, 4.9% 올랐다. 올해 3월 조정시기에는 동결됐다. 반면 연료인 LNG 요금은 지난해 1월과 비교해 약 23%(2011년 12월 기준) 상승했다. 벙커C유는 36%나 올랐다.

에너지원별 역차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보급된 지역난방 사용 가구가 액화석유가스(LPG)·LNG·등유 등 1차에너지를 사용하는 가구보다 난방요금을 적게 내고 있다. LPG·등유 등을 사용하는 소외 계층이 아파트에서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세대보다 난방비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다. 실제 LPG·등유·LNG로 난방을 할 경우 지역난방에 비해 각각 230%·170%·25% 이상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열요금은 공공요금 아니다”=열요금은 정부가 선정한 480여개 물가지수 품목에 포함돼 있어 전기·가스요금에 준하는 관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열요금이 물가 인상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상당하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업계는 열요금이 물가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항변한다. 국내 1700만세대 중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가구수는 약 240만 가구로 약 14%다. 열요금 인상분이 물가 인상에 미치는 정도는 0.16으로 전기(1.6), 가스(1.9)보다도 훨씬 낮다.

더욱이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와 달리 지역난방은 한국지역난방공사, SH공사, 부산시를 제외한 모든 사업자가 민간기업이다.

해당 부처인 지경부 또한 이러한 업계 상황을 잘 알고 있지만 강도 높은 물가안정화 정책 앞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전체 지역난방보급 세대 절반 이상이 민간사업자로부터 열을 공급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원가에 못 미치는 열요금 구조를 강요하는 것은 사실상 업계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가 현재의 열요금 체계와 가격구조 등을 세밀하게 뜯어보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열요금은 물가지수 대상으로 물가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가격 결정은 지식경제부와 기업간의 문제”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