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태양광업체 미국 퍼스트솔라가 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고 17일(현지시각) 피브이테크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는 전체 직원의 30%에 해당한다.
퍼스트솔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장을 올해 4분기 폐쇄하고 말레이시아 쿨림 공장 4개 라인 가동을 5월 1일부터 무기한 중단하기로 했다. 독일 공장(560㎿)과 말레이시아 공장(280㎿) 가동이 중단되면 총 생산능력은 2520㎿에서 1680㎿로 줄어든다.
이 회사는 또 최근 베트남 공장 신설 계획을 철회했으며 미국 애리조나 공장 준공을 연기하는 등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95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마이크 에이헌 퍼스트솔라 회장은 “유럽 시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면서 “독일 공장 운영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공장 폐쇄 이유를 밝혔다.
◇박막 태양전지 몰락하나=퍼스트솔라의 이번 극약처방은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태양광 업계의 절박한 과제를 잘 보여준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정부 지원이 줄면서 태양광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 26.9GW에서 올해 27GW~32GW 정도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은 전망하고 있다. 반면 생산능력은 40GW에 달해 생산능력이 수요를 최대 13GW나 초과한 상황이다. 세계 10위권 업체인 미국 선파워가 이번 주 초 필리핀 공장 가동을 중단해 생산능력을 125㎿ 줄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공급과잉은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자국 태양광 업체에 지급한 보조금은 200억유로 정도로, 30%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4월 와트당 1.5달러 였던 결정형 태양광 모듈 생산단가는 지금 0.87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결정형을 생산하는 선파워가 필리핀 공장 가동을 줄이는 대신 장비를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이전, 올해 안에 와트당 모듈 생산단가를 0.86달러까지 낮추기로 한 이유다.
퍼스트솔라는 더 다급하다. 효율이 낮은 대신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무기로 내세워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으나, 결정형 생산단가가 1년 만에 반으로 줄어든 사이 퍼스트솔라의 박막 태양광 모듈 생산단가는 겨우 1.1달러에서 0.8달러로 줄어드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와트당 모듈 생산단가를 올해 0.7달러까지 낮추고 내년에는 0.6달러를 달성할 방침이다. 당초 계획은 올해 0.74달러를 달성하는 것이었으나 이보다 낮춘 것이다.
◇자연스런 시장재편 뒤따라=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 전체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체 난립과 공급과잉을 해소하면서 옥석이 구분되는 시기라는 분석이다. 최근 독일 큐셀이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솔린드라와 에버그린솔라, 스펙트라와트 등이 파산한 바 있다. 제시 파이첼 제프리스앤드코 애널리스트는 “이번 일은 매우 건강한 일”이라며 “경쟁력이 없는 기술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자연스런 시장재편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퍼스트솔라 연도별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
(자료: 퍼스트솔라)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