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장치 보급사업, 발목 잡는 `전기요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사업이 값싼 전기요금 탓에 외면 받고 있다.

17일 업계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대구시 100개 가정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10㎾h급 리튬이온배터리 ESS 실증사업`이 가구 선정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ESS는 전력수요가 적을 때 잉여전력을 저장하고 수요가 많은 피크시간대나 전기요금이 높을 때 저장된 전력을 이용하는 기기다. 이 사업은 2010년 8월 착수해 현재까지 10가구에 구축됐고 추가로 구축을 신청한 곳은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지경부는 오는 8월부터 태양광 설비와 ESS를 한국전력 전력계통까지 연동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참여가 저조해 난처한 상황이다.

지경부는 2010년 7월 주관사업자로 삼성SDI를 선정했다. KT·한국과학기술연구원·전자부품연구원·대구테크노파크 등은 시스템·통신망구축·실증단지 운영을 맡았다. 2013년 5월까지 100가구에 국비 136억원을 포함, 278억원 상당의 3㎾h급 태양광발전설비와 10㎾h급 리튬이온배터리를 탑재한 ESS가 공급·설치하는 게 목표다. 실증사업은 오는 8월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값싼 전기요금으로 인해 각 가정이 ESS 도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설비비용 50%(나머지 50%는 정부가 지원)를 부담하면서까지 ESS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매월 3만~5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오는 가정인데 개인이 1000만원을 들여 태양광발전설비와 ESS를 설치하는 것도 부담이고, 경제적 이익 또한 크지 않아 보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양광발전 자체는 활용도가 높지만 이미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굳이 ESS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정에서 저장한 전력을 판매·유통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기술적 한계로 인해 계통 간 전력손실이 발생하고 유통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기약 없는 실증만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스마트그리드사업단도 올해 총 3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ESS 보급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