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닷컴버블이 가시화되면서 할리우드에서는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웨비소드· 모비소드·인터렉티브 프로그램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해결되지 못한 기술적인 문제와 제작산업에 유입되는 IT자본 감소로 다양한 융합콘텐츠 제작이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흐름은 2000년대 중반까지 북미 지역의 메이저 방송사와 통신사의 적극적인 투자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비용 고효율의 웹 코미디와 드라마 시리즈는 제작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작되었으며 광고와 무료 시청자를 기반으로 한 상업적 에피소드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동영상 포털을 통해 유통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6년 전 디즈니 대표 마이클 아이스너가 설립한 크로스플랫폼 스튜디오 부구루의 웨비소드 `프롬퀸`의 대중적인 성공은 할리우드와 북미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시리즈 제작에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미국작가협회 파업은 2008년까지 이어졌으며 마비된TV 와 영화시장에서 찾은 효율적인 대안으로 융합 콘텐츠가 부각되었다. 메이저 방송사와 할리우드 영향으로 융합콘텐츠는 초기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침체된 광고 시장에서 3스크린 (TV·인터넷·모바일)을 통한 크로스플랫폼 전략 통로로 인식했다. 단순히 TV프로그램의 짜깁기나 단순 축약 형태에서 발전된 새로운 포맷 개발에 주목했다.
2009년에는 전 NBC엔터테인먼트 대표 벤 실버맨이 설립한 크로스플랫폼 스튜디오 일렉투스가 등장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대중적인 텔레비전 쇼와 시리즈 포맷 개발을 본격화하는 단계로 성장했다. `더 오피스` `어글리 베티` `더 튜더스`를 비롯한 드라마와 `더 비기스트 로저` 같은 다이어트 리얼리티 쇼를 성공시켰으며 TV포맷 개발자와 경영자로 명성을 얻은 벤 실버맨은 2010년 루퍼트 머독의 딸인 엘리자베스의 샤인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어 북미와 유럽 시장에 융합콘텐츠 제작 유통기지를 구축했다.
최근 북미에서는 대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로 성장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융합콘텐츠와 결합하면서 기존 유튜브와 온라인 텔레비전 네트워크, 통신사 버라이즌와이어리스 등 크로스플랫폼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위한 가치 사슬을 만들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쪽으로 시장이 변했다. 2003년 유럽에서는 온라인 소설을 기반으로 라디오와 TV, 모바일 SMS 가 결합된 융합콘텐츠 `소피아의 일기`를 포르투갈의 비엑티브가 제작해 공개하면서 융합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시작했다. 16세 소녀의 성장기를 그린 소피아 일기의 성공은 포르투갈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전역과 아시아까지 수출되면서 독자적인 크로스플랫폼 콘텐츠 제작과 유통 시장을 형성했다. 소피아의 일기는 영국 TV시리즈와 SNS 베보를 통해 확산되면서 글로벌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또 하나의 융합 콘텐츠 성공사례가 되었다.
유럽시장에서 융합콘텐츠는 소셜네트워크 베보의 적극적인 제작과 유통에 힘입어 수익성 측면에서 회의적이었던 미디어 기업과 제작사를 스폰서로 영입했고 소셜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음악과 에피소드 시리즈에 열광하는 영국과 유럽의 젊은층을 중심으로 `베보 세대`가 형성되었다. 베보 세대는 한동안 온라인 기업과 통신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대상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런 흐름은 2006년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공한 미국 제작사 이퀄의 `론리걸15`의 영국버전 `케이트모던`이 베보에 공개되면서 소셜네트워크와 융합콘텐츠 결합이 유럽 내에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상업적 성과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이 후 유럽에서는 영국과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중심으로 2000년 초 발전하기 시작한 TV 포맷 산업과 융합콘텐츠가 결합하면서 메이저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참여하는 독특한 시리즈물과 성공작이 나왔다. 이후 2009년부터 시작한 유럽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크로스플랫폼 콘텐츠를 통한 유통이 증가하고 전통적인 TV 외에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수익을 원하는 미디어 기업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융합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와 제작사를 합병해 나가고 있다.
홍진기 콘텐츠랩 대표 jinkihong@contentla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