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나는 일주일 내내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 중독자는 아니다. 하지만 당시(백악관 재직) 나는 주말에도 누군가 일을 주었으면 했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행복은 백악관에서 받는 월급과 비례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내가 얼마나 인정받는 지, 또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뿌듯하게 여기는 지에 비례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뭔가에 기여하고 뭔가를 해냄으로써 `참 잘했어요` 도장을 받고 싶었다는 얘기다. 나머지는 시시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나는 주말에도 출근을 하게 됐다. 딱 내가 원하는 삶이었다.”
난감한 책이 나왔다. 일에 치인 직장인들을 다독여주기는커녕 `경쟁하라!`고 떠민다. 은퇴 후의 전원주택을,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꿈꾸는 우리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날 지경이다. 저자가 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마저 지우고 싶을 정도다.
토드 부크홀츠는 케임브리지대학교와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한 세계적 경제학자다.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도 지냈다. 경제학자 출신답게 일을 해야하는 이유도 숫자로 설명한다. 프랑스는 훌륭한 복지제도를 갖춘 나라다. 그래서 사람들이 일찍 은퇴한다. 미국에서는 60대 남자가 50대 남자보다 3분의 1 정도 일을 덜 한다. 프랑스에선 80~90%나 일을 덜 한다. 행복할 것 같지만, 두 나라 60대 남자 인지능력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인이 미국인보다 두 배나 떨어졌다. 인지능력을 유지하고 싶다면 나이가 들어도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안으로 나온 세계행복지수(HPI)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HPI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건강한가를 기준으로 등수를 매긴 것이다. 2009년 코스타리카가 세계행복지수 1위 국가에 선정됐다. 자메이카는 3위이고 쿠바가 7위다. 반면 미국은 114위였다. 부크홀츠는 “정말 쿠바가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보다 훨씬 살기 좋다고 볼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 오히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민 수명은 길고 교육 수준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들어 GDP를 어느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단순히 통계자료만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신경생리학, 심지어 진화론까지 거론한다. 우리 뇌에는 진화를 통해 생겨난 전두엽이 있는데, 이것 덕분에 우리는 미래를 바라볼 수 있고 미래를 위해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정적인 삶을 살면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이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통제하고 싶어한다. 엄마가 밀어주는 보행기에 반드시 운전대가 있어야 하는 이유는 보행기를 자기가 움직인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제 본능` 때문에 열심히 일을 통제할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많아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고 일벌레로 변신할 것인지 아니면 느긋한 삶을 추구할 것인지는 읽는 이의 선택에 달렸다.
토드 부크홀츠 지음, 장석훈 옮김. 청림출판 펴냄. 1만5000원.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