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부가 발표한 유가인하 대책에 대해 정유 4사는 상표권 침해와 세금유용, 실효성 등 곳곳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름값 인하의 핵심카드인 `유류세 인하` 정책이 없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의 45%를 차지하는 유류세를 건드리지 않는 정부 정책에 따른 인하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석유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혼합판매 확대에 대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정유 4사는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혼합판매는 마치 코카콜라에 펩시콜라를 섞어 파는 격으로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주유소는 유조차 한 대가 싣고 온 기름 전량을 공급받는 구조다. 상표별로 한 대씩 들여오는 기름을 저장탱크에 남은 물량과 혼합해 적정 비율을 맞춘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390억원을 지원해 알뜰주유소와 수입사에 각종 혜택을 주는 것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창출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정유사보다 단순 수입업자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이다.
가격 인하효과에 대한 의구심도 표출했다. 정부는 30~40원 정도의 추가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석유제품 수입업자에게 지원하는 세금인하 혜택을 계산하면 국제 휘발유 가격 130달러, 환율 1200원을 기준으로 42원 정도다. 알뜰주유소 카드 할인 폭이 적은만큼 정유사별 주유할인카드만 써도 상쇄되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삼성토탈이 제5 공급사로 참여한다 해도 가격인하 효과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토탈이 일본에 수출하는 물량은 하루에 2만리터급 유조차 8대반 정도”라며 “일본수출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로 생산하는 8만8000배럴 모두를 국내에 공급한다 해도 물량이 적어 시장가격에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절대적인 원유 정제산업에서 삼성토탈이 기존 정유사보다 싸게 공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유류세를 건드리지 않고 기름값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지금은 고유가 시대를 대비한 에너지 절약과 효율적인 소비 대책을 얘기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