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라고 해서 일반 기업 CIO와 역할이 다른 건 없습니다. 오히려 일반 현업 직원이 아닌 파워유저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도 막중하고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지난 6년간 5만여 EMC 직원이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본인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힘써왔습니다.”
![[CIO BIZ+]이노베이션리더/산제이 머천다니 EMC CIO](https://img.etnews.com/photonews/1204/270947_20120420181953_129_0001.jpg)
산제이 머천다니 EMC CIO 겸 글로벌연구센터 최고운영책임자는 최고정보책임자로 일해 온 지난 6년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IT기업이기 때문에 IT 기반 정보화와 프로세스화가 일반 기업보다 앞서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래서 그는 EMC의 모든 업무지원 프로세스를 IT 기반으로 중앙집중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가 EMC에 합류하던 2006년은 EMC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 중 1단계 가상화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던 시기였다. EMC는 2004년부터 3단계로 나누어 클라우드 컴퓨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1단계는 주변 업무를 가상화·통합해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가상 환경으로 이전하는 게 핵심이다.
기본적 수준에서 출발한 가상화 프로젝트는 머천다니 CIO가 오면서 속도를 냈다. 머천다니 CIO는 2008년까지 전체 IT인프라 중 35%를 가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가상화 수준을 70%까지 끌어올린 2단계 사업에서는 핵심 애플리케이션까지 가상화했다. 현재 진행되는 3단계에선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고 있다.
머천다니 CIO는 “EMC는 최근 수년 간 고도로 가상화된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해왔다”며 “공통 인프라가 구축됨으로써 `서비스로서 IT`가 구현돼 EMC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가 세계 시장을 상대로 급속히 성장하고 환경이 급변할수록 신속한 IT지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내부 직원들의 요구사항에 빠르게 대응하고 필요한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지원해야 한다. 여러 인수합병(M&A)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EMC가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여러 가지가 달라졌다. 영업부서에서 필요한 판매 리포팅 시스템을 구축할 때 과거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는 데 최대 5개월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제 하루 안에 이런 지원이 가능하다. 절감된 시간과 비용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투자할 수 있다.
다년간 프로젝트를 통해 EMC IT인력들은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술을 고루 갖출 수 있게 됐다. 전문성을 확보함으로써 클라우드 환경으로 진화하는 과도기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성이 다는 아니다. 머천다니 CIO는 해당 분야 전문기술뿐만 아니라 통합 관점의 지식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산업이 융합환경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IT기술만 알아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흔히 말하는 `T`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IT인력들이 현업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마인드, 재무적 기술 등 다방면에서 IT인력에 요구되는 역량이 늘고 있습니다.”
머천다니 CIO는 이를 위해 IT조직 내부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했다. 교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보안, 서버 담당자들이 서로를 교육하게끔 했다. EMC 교육사업부가 개발한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아키텍트 교육 커리큘럼을 전 IT직원에 장려하고 있다. 현업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IT부서가 아닌 현업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서비스와 제품 개발이 시작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재무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현업이 사용한 IT서비스의 비용 부분을 확인하고 과금하는 쇼우백(ShowBack)과 차지백(ChargeBack) 개념을 도입했다. 현업이 사용하는 서비스별로 비용을 매칭해 자원 할당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업 부서는 자신들이 제공받는 IT서비스의 실제 비용을 알고 싶어한다는 게 머천다니 CIO 설명이다. 부서에 할당된 예산이 IT프로젝트에 얼마나 지출되는지 상세 정보를 알아야만 정확한 비즈니스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머천다니 CIO는 “실제 과금이 아니라 현업부서가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IT 예산과 비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IT부서는 현업부서마다 효과적으로 서비스와 자원을 할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IT부서가 단순 지원조직이 아닌 서비스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머천다니 CIO의 요즘 관심사는 구축된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데 있다. 전사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에 모두 관여하고 있는 조직이 바로 IT조직이다. 효율적 활용 임무 역시 IT조직의 몫이다.
그래서 전체 데이터의 90%를 차지하는 비정형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서비스로서 분석(BI as a Service), 서비스로서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 등을 향후 도입해야 할 최우선과제로 삼고 있다.
머천다니 CIO는 “IT기업 CIO로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기여하고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매일 매일의 도전사항”이라며 “언제 어디서 어떤 제품이 만들어지는가에 상관 없이 최고의 서비스와 최고의 속도를 제공하는 게 EMC CIO로서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산제이 머천다니 EMC 최고정보책임자(CIO)는 1995년 부터 11년간 마이크로소프트에 근무하며 인도지역 대표, 아태지역 총괄 대표, 아시아 엔터프라이즈 서비스부문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06년 수석부사장으로 EMC에 합류해 2008년부터 CIO와 글로벌 연구센터 최고운영책임자를 겸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