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2` 전시회장. 프로젝터 화면은 5대 스마트폰에서 그려지는 다섯 개 그림을 하나로 연결해 보여주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냈고 행사는 성황리에 끝났다. 행사에서 사용된 기술은 국내 벤처 기업 퍼플웍스의 디지털사이니지용 인터렉티브 시스템 소프트웨어(SW). 물리(Physical)엔진을 이용해 여러 대 디지털사이니지에 다양한 화면을 뿌려 준다. 카메라·동작인식(키넥트) 장비 등과 붙여 여러 가지 화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퍼플웍스(대표 유준석)는 2010년 11월 회사를 설립한지 1년 만인 지난해 11억원 매출액을 거뒀다.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은 덕분이다.
공동창업자 김정훈 최고기술자(CTO)와 유준석 대표는 1981년생 동갑내기 친구. 유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 통신연구소에서 반도체 내장용 SW를 개발했다. 김 CTO는 대학을 다니면서 프리랜서 개발자로 업계에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유 대표가 병역 특례를 마치자마자 함께 회사를 차렸다. 고려대학교 `캠퍼스CEO` 수업을 듣고 창업 준비를 시작해 정부 예비기술창업지원금 3500만원을 받고 벤처기업인증을 획득해 회사 틀을 갖췄다.
삼성증권 모바일HTS 프로그램, 이랜드시스템즈 사내 시스템 전면 교체 작업,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매장용 영상, 삼성전자 MWC 행사 등 대기업과 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 대표는 SW 코딩이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투자를 받아서 사세를 확장시키는 것보다는 내실 위주로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대기업 협력사로 일하는 이유도 서버인프라 구성 등 다양한 시스템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디지털 사이니지용 하드웨어 제작과 전자 갤러리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유 대표는 “투자를 받아서 투자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수익을 내서 재투자 하겠다”고 말했다. 직원도 즐겁게 일할 사람을 찾는다. 유 대표는 “코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와서 앱 개발을 해도 되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