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악수

최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업인과 만난 자리에서 `악수할 때마다 고뇌에 빠진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한때 중소기업청장으로서 중소기업을 챙기다가 지금은 대·중견기업 정책을 수립하면서 생긴 고충이다.

`악수(握手)`의 유래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사가 싸울 의향이 없다는 의미로 악수를 청했다. 오른손을 내밀게 된 것은 칼을 왼쪽 허리에 차고 있어서다. 칼을 뽑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어 상대에게 `믿음`과 `신뢰`를 준 것이다. 서양에서 시작한 악수는 우리나라에서도 대표 인사 예절로 자리 잡았다.

최근 기자는 선순환 스타트업·벤처 생태계를 위해 인수합병(M&A)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기사를 시리즈로 썼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낀 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가 M&A 부진과 활성화 한계의 이유로 기업인의 신뢰 부족을 꼽았다. 매도 기업은 잠재 매수 기업이 기술만 빼가는 것을 두려워해 제대로 공개하려 하지 않는다. 매수 기업도 다른 기업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의 잠재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헐값에 인수하려고만 한다. 거래가 성사될 리가 없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벤처 M&A거래소도 `믿고 거래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상황은 M&A가 활발한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독 우리나라만 불신이 심해 보인다. 우리 사회·경제시스템은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 이제 신뢰 기반의 성숙한 사회로 변화가 필요하다. 신뢰 없이는 어떤 거래도 불가능하다. 서로 믿고 신뢰한다면 모든 게 훨씬 쉽게 진행된다. M&A가 대표적일 것이다.

M&A 협상장에서 매수·매도 기업 관계자는 악수로 대화를 시작한다. 그 순간, 서로가 악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고 진행하길 바란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