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스스로 열광의 대상을 찾아 진화한다"

獨 뇌과학자가 쓴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출간

지난 10만 년간 인간에게 유전적 진화는 없었다. 지금 우리는 10만 년 전의 DNA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인간에게 이처럼 유전적 진화가 없었는데도 인류 문명은 어떻게 비약적 발전을 했을까.

독일의 뇌과학자인 게랄트 휘터(61) 괴팅겐대학 신경생물학과 교수는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책에서 "무한한 잠재력을 타고난 인간의 뇌가 스스로 열광의 대상을 찾아 한없이 진화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신 뇌과학은 인간의 뇌가 `환경`이라는 외적 동기와 `열광`이라는 내적 동기를 통해 성장한다고 설명한다.

한데 현대인의 뇌는 무기력한 가운데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 시절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리 뇌가 느꼈던 감동과 희열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저자는 현대인의 뇌가 아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흔히 뇌가 걸리는 감기로 일컬어지는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수년 사이 세계를 휩쓸 질병은 빈곤이 아니라 우울증과 두려움에서 비롯될 거로 예측한 바 있다.

쉽게 말해 `머리가 녹슨다`고 하는데 이는 몸과 마음이 녹슨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저자는 선진국일수록 마음의 병이 깊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 대응력은 한없이 취약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 뇌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열광의 대상을 좇아 스스로 진화한다는 점"이라면서 "유년기 아이들의 뇌는 하루 20-50번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드는데 지금 우리는 열광의 체험을 거의 잊고 산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회사나 학교, 가정에 흔히 퍼져 있는 동기부여 방식인 `당근과 채찍`은 시작부터 실패한 게임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이런 길들임의 방식은 개개인을 들뜨게 할 수도, 진짜 잠재력을 불러일으킬 수도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열광하기를 멈춘 뇌는 성장하지도 못하고 적당히 단순기능만 처리해내는 기계부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뇌를 녹슬지 않게 할 방법은 있을까.

저자는 우리 뇌는 `평생 변화하는 공사장`이라며 발견과 앎을 추구하는 뇌의 평생학습 능력은 놀랍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뇌의 잠재력을 자극하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응원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조언한다. 낯설게 느끼고, 끝없이 발견하고, 간절하게 열망하고, 새롭게 연대하라고. 우리를 뒤흔드는 체험을 통해서만 오랜 불안 속에 잠들어 있는 유년의 뇌를 깨울 수 있고, 그렇게 시작된 열광의 에너지는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 관련 행사 : 브레인 엑스포 2012 http://www.ibrainexp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