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랑 이야기의 대명사 `춘향전`에서 방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몽룡과 춘향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며 둘의 사랑을 이어준 것이다. 방자 같은 메신저가 있었기에 춘향전은 아름답고 슬프고 통쾌한 기승전결로 흘러간다. `춘향전`에서는 국가에서 운영한 통신 시스템도 엿보인다.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은 역참(驛站)이란 제도를 이용해 고을 수령들의 비리를 임금에게 보고한다.
![[제 57회 정보통신의 날] 홍석우 장관 기고 / 방자·홍영식, 그리고 초연결시대](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4/22/272443_20120422132530_173_0001.jpg)
조선시대엔 역참 이외에도 봉수나 파발 같은 교통·통신 제도가 있었으나 그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던 1884년 정보통신 부문에 일대 변혁의 계기가 마련된다.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서신과 소포 등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한 우정총국이 탄생한 것이다. 정부는 1956년, 이를 기념해 우정총국 설립일인 12월 4일을 `체신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 1972년에는 이 날을 고종황제가 우정총국 설립을 명령한 4월 22일 `정보통신의 날`로 바꿔 기념해오고 있다.
정보통신의 날을 제정하던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단지 여러 산업 가운데 하나로 인식될 따름이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정보통신 산업은 급성장한다. 특히 산업과 산업을 `연결`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정보통신 산업이 `융합` 시대의 주역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정부 조직을 정보통신부의 IT(정보기술) 진흥 부문과 산업자원부를 통합해 지식경제부로 만든 것도 `융합`의 또 다른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융합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IT가 주력산업과 융합하면서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하고, 기술인문융합창작소를 설립하는 등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네트워크화의 가속화와 빅 데이터(Big Data) 등장으로 조만간 초연결시대가 열릴 것이라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혹자는 e코리아, u코리아, 스마트코리아에 이어 초연결 개념의 `A(Ambient)-코리아`를 주창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초연결 시대, A-코리아 시대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융합시대에 안착은 했다지만 여전히 우리의 정보통신 산업 구조는 취약한 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는 약하고, 대기업에 비해 중소〃중견기업은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2020년을 내다보는 민관 합동 범부처 중장기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인 `기가코리아(Giga KOREA)` 전략을 마련했다. 이것은 3차원(3D)과 4차원(4D), 홀로그램 등 실감형 콘텐츠를 실시간 양방향으로 전송할 수 있는 기가(Gbps)급 유〃무선 통합 환경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단말(T)과 네트워크(N)를 고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콘텐츠(C)와 플랫폼(P)을 강화하는 IT 생태계 개선을 위한 종합 처방이 담겨 있다. 지경부뿐 아니라 교과부와 문화부, 방통위 등 관계 부처의 힘을 모으기 위해 범부처 협의체도 구성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우리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실감형 서비스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봄꽃이 한창이던 엊그제, 서울 인사동 우정총국 옛 건물 앞을 걸었다. 서양을 방문하고 돌아와 정보유통의 필요성을 고종에게 보고하고 우정총국을 만든 홍영식 선생의 체취를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취약한 정보통신 시스템뿐이던 시대에 우편체계를 생각해낸 `발상의 전환`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융합과 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발상의 전환을 해야 홍영식 선생께 부끄럽지 않을지 생각해본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