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400만㎾에서 500만㎾로 상향 조정한 예비전력에 경제성·적정성 논란이 일었다. 전력업계는 동계 전력수급기간 이후에도 예비전력 500만㎾를 유지하는 것은 계통한계가격(SMP)만 상승시키는 비효율적 조치라며 볼멘소리를 낸다. 반면에 정부는 SMP 상승은 연료비와 실제 예비전력 가동에 따른 것으로, 기준 상향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23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예비전력 기준이 500만㎾로 상향된 이후 운전 대기 발전소 증가, 전력구입비 상승, 고가 연료 발전소 계통 유입 등 수익성 저하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것은 상승곡선을 그리는 SMP다. SMP는 전력계통에 유입된 설비 중 가장 비싼 발전기를 기준으로 정하는 가격이다. 한전의 전력구입 가격을 결정한다. 전력업계는 예비전력이 많아지면서 연료비가 비싼 LNG·중유 발전소의 가동이 늘어 SMP가 상승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SMP 가격은 ㎾h당 1월 147.9원, 2월 159.9원, 3월 177.5원으로 계속 올랐다. 지난해 3월 123.7원에 비교해 많게는 ㎾h당 50원 이상 비싸졌다.
가동 발전기가 늘어난 것과 관련해 설비 안정성도 걱정됐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와 보령화력 1호기 등 주요 발전설비가 가동을 중지한 상황에서 예비전력 기준까지 높다. 봄철 정비 일정 차질로 전력수급 안정성을 위한 조치가 장기적으로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안정성 중심 정책으로 가동 발전소들이 즉시 공급능력을 위해 3~5% 여력을 남겨둔 채 가동한다”며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비싼 발전소들이 전력계통에 추가적으로 들어오고, 그만큼 정비 여유는 없어졌다”고 말했다.
정부 시각은 다르다. SMP 상승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다. 고가 발전소의 계통 유입보다는 연일 상승한 연료비가 주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즉시공급전력으로 활용할 수 없는 설비들을 예비전력에 포함했던 허수가 9·15 순환정전 이후 실제 예비전력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현상으로 본다.
예비전력 500만㎾h로 가동 발전소가 늘었다는 주장에 정부는 국가 전체 전력설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급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예비전력은 수요관리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겨울 공급설비가 크게 늘지 않은 상황에서 절전규제와 수요자원시장 가동으로 예비전력 500만㎾를 유지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전력업계가 예비전력과 관련해 경제성을 지적한 것은 평가잣대의 이중성 때문이다. 시장형 공기업이란 위치로 전력공급에 안정성에 주 임무를 둬야 하면서도 수익성과 비용절감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상반된 가치를 동시 충족해야 하는 산업의 특수성을 정부 차원에서 배려해주기를 내심 바란다.
정부가 명확한 정책을 표명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예비전력 500만㎾에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전력거래소가 유동적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비전력이 500만㎾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비상 준비단계가 발동하는 상황에서 업계는 이를 실제 마지노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형기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장 “최근 SMP 상승은 안정성 위주정책보다는 과거 예비전력의 허수가 사라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500만㎾도 꼭 지켜야하는 기준이 아닌 이를 가이드로 유연하게 시장을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밝혔다.
2011년/2012년 1분기 계통한계가격(SMP) 현황
자료: 전력거래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