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이대 수분녀? 지금 인터넷은 ○○녀 열풍

지난 4월 19일 포털 검색 순위에 버스무릎녀가 이름을 올렸다. 한 20대 여성 승객이 고속버스 고장으로 3시간 연착하자 중년 버스기사의 무릎을 꿇렸다는 사진이 인터넷 상에 급속도로 퍼지면서다. 물론 사진과 함께 퍼진 것처럼 승객이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한 건 아니라는 후속 기사가 나오면서 사진 몇 장만으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 SNS·스마트폰이 낳은 신조어 열풍=요즘 인터넷에서 `○○녀`가 화제다. 이미 담배녀나 폭행녀, 막말녀, 진상녀 등이 개인 촬영을 통해 트위터 같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급속도로 퍼져 화제를 모아왔다. 스마트폰과 디카 보급률이 높아지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모바일기기와 곧바로 연동해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가 늘면서 생겨난 새로운 풍속도다.

○○녀가 인터넷상에 유행어로 자리잡으면서 일상 대화는 물론 연예인 별칭 등에도 쓰이고 있다. 여성 스타의 경우 드라마나 광고에 협찬 받아 입은 옷이나 소품이 완전히 팔려나가면 완판녀(완전히 팔리게 해주는 여자 스타)라는 별명을 얻는다.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성)와 따도녀(따뜻한 도시 여성)는 기본, 겨털이 많은 여성에게는 겨털녀, 아기 얼굴에 글래머 몸매를 가진 여성은 베이글녀라고 부른다.

◇ 기업 마케팅에도 쓰이는 ○○녀=○○녀는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지난 4월 23일 가수 미가 신곡 향수의 티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의문의 여성이 나와 향수를 마시는 모습을 소개했다. 이 동영상에는 `향수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짧은 티저 영상이지만 유행어를 붙여 기대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유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3월에는 꿈나무 마라토너를 응원하기 위해 서울 명동에 러닝머신을 놓고 여성 마라토너가 달리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작, 마라톤녀로 소개하기도 했다.

코스메틱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치아씨드 샘플키트에 수분 폭탄을 맞은 '이화여대 수분녀'라는 컨셉트를 내세워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코스메틱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치아씨드 샘플키트에 수분 폭탄을 맞은 '이화여대 수분녀'라는 컨셉트를 내세워 네티즌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 4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맞아볼래? Mr. 치아씨의 무차별 수분폭탄 어택!"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물방울 모양을 한 인형과 함께 미소짓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사진에 담긴 건 코스메틱브랜드 더페이스샵의 치아씨드 샘플키트. 일명 `이대 수분녀`가 피부에 수분이 필요하다는 사연에 치아씨드 수분 키트를 학생들에게 전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케팅 일환이지만 수분폭탄을 맞은 이화여대 수분녀라는 ○○녀 컨셉트를 앞세워 네티즌의 눈길을 끌었다.

"나도 수분이 필요한데" "사연 올리면 Mr.치야씨가 찾아오려나?" "치아씨 귀여워요" 등 네티즌 반응도 좋다.

○○남, ○○녀 같은 신조어가 인기를 끈 건 이미 오래 전부터다. 인터넷 자체가 검색어를 통해 정보를 찾는 공간인 만큼 자연스레 인기검색어가 등장했고 지난 2003년부터 ○○녀 같은 짧은 검색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 이런 인터넷의 특성에 요즘에는 SNS와 스마트폰 등이 맞물리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소개하면서 짧고 한 마디로 알 수 있는 검색어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한 신조어라는 설명이다. 인기검색어에 오르기 쉬운 화제성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만큼 마케팅에도 더 많이 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