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1〉프롤로그 / 대립보다 상생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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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KT는 인터넷 데이터 이용량(트래픽) 폭증을 이유로 삼성전자 스마트TV용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KT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에서 삼성전자 스마트TV를 통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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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삼성전자 스마트TV가 트래픽 과부하의 주범인 만큼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네트워크를 활용한 모든 콘텐츠는 동등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KT와 삼성전자가 협의로 갈등을 봉합했지만 미봉책에 그친 상황이다. KT와 삼성전자간 갈등은 `망 중립성`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화두를 던졌다.

KT와 삼성전자가 정면대결을 불사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비슷한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통신사업자와 포털·온라인게임 업체, 통신사업자와 모바일 메신저, 통신사업자와 무선 인터넷전화(mVoIP) 사업자간에도 수시로 충돌했다.

논란의 핵심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이다. 망 중립성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망 사업자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차별없이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인 `망 중립성`은 망 사업자의 독과점에 대한 예방적 차원이 아니라, 폭증하는 트래픽 해소를 위한 투자 비용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최종 소비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 지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KT와 삼성전자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망 중립성은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와 서비스가 이용하는 트래픽이 급증하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통신망에 접속하는 새로운 기기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유무선 트래픽이 폭증하고 있다.

이 같은 트래픽 폭증 현상을 해결하려면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거나 통신망을 확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데이터를 줄이기 쉽지 않은 만큼 통신망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막대한 통신망 구축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리와 주장은 엇갈린다. 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진영은 스마트TV제조사와 인터넷사업자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한 책임을 망 사업자가 떠안아야 하는 것인가 반문한다.

이들은 트래픽 증가로 기존 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자유롭게 망을 이용한다는 기존의 망 중립성 논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망 투자에 망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자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TV 제조사와 인터넷 사업자를 비롯 반(反) 통신 진영은 산업 인프라로서 망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통신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망 이용료를 받고 있는 만큼 스마트TV제조사와 인터넷사업자에게 망 증설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 수익이라고 반박한다.

엇갈린 주장은 유선망에 이어 무선망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동통신 사업자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가 트래픽을 유발함은 물론이고 단문 문자서비스 등 이통사업자 수익까지 훼손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다.

이처럼 망 중립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통신사업자와 제조사, 인터넷 사업자는 협력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물이 통신망과 연결되는 환경에서 통신 사업자와 스마트TV 제조사, 인터넷사업자의 협력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대적 트렌드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애플과 구글이 선도한 스마트 혁명에서 보듯 콘텐츠(Contents)와 플랫폼(Platform)·네트워크(Network)·단말(Device) 등 정보통신기술(ICT) 부문간 통합과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며 “각 부문 혁신과 부문 간 상호 협력이 ICT 트렌트이자 ICT 생태계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스마트 생태계를 구성하는 콘텐츠와 플랫폼간 상생과 협력은 순조롭지만 네트워크와 플랫폼·콘텐츠 사업자는 곳곳에서 불협화음이다.

분명한 사실은 KT와 삼성전자간 스마트TV 갈등으로 불거진 망 중립성 논란이 단순히 거대 기업간 충돌이 아닌 우리나라의 미래 스마트 생태계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초고속인터넷 등 유무선 통신망과 스마트TV, 스마트폰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스마트 생태계 시장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인프라이자 자원임에 틀림없다.

세계는 우리나라 ICT를 벤치마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나라에서의 망 중립성 논의가 세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망 중립성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스마트 혁명 이후 협력과 통합, 제휴라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는 자명하다.

생태계 참여자 모두가 자사 이기주의가 아닌 개방과 공유, 협력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스마트 생태계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 망의 가치를 중시하고 합리적 분담에 대한 공론화를 통한 방법론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유선 트래픽 전망(자료:방송통신위원회·KT경제경영연구소) (단위:엑사바이트(EB)/월)

국내 무선 트래픽 전망(자료:방송통신위원회·KT경제경영연구소)(단위:페타바이트(PB)월)

■시리즈 이렇게 진행됩니다

망 중립성을 둘러싼 망 사업자와 제조사간 논리 공방은 현재 진행형이다.

워낙 첨예한 사안인 만큼 사업자간 이해와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스마트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망 사업자 경쟁력 훼손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ICT 경쟁력 제고에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망 중립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전자신문 `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 기획시리즈는 망 중립성을 둘러 싼 제반의 문제를 해부하고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개관적 데이터와 각계 전문가 등 명망가 자문을 바탕으로 망 중립성에 대한 바람직한 발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의견이 상충되는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 학계 등 현장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수용,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정한 게임의 룰이 무엇인 지도 모색한다.

총 3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시리즈 중 제 1부에서는 망 중립성 논란의 실체를 파악한다. 급증하는 트래픽이 정말 위기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점검하고 공평한 이용권 보장이 무엇인지, 망 대가 부과가 정당한 지 등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제 2부에서는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 기기 사업자 등 이해 당사자는 물론 제 3의 전문가가 제시하는 다양한 해법도 살펴본다. 또 글로벌 사례도 점검할 예정이다.

제 3부에서는 1부와 2부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망 중립성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도중에는 전문가 좌담회 등을 열어 각계의 여론을 폭넓게 반영할 계획이다.

이번 시리즈가 망 중립성 논란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나아가 우리나라 스마트 생태계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도록 독자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제보를 기대한다.


특별취재팀=김원배 차장(팀장) adolfkim@etnews.com 권건호·황태호·한세희·배옥진·김용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