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번호 22번 타이타늄.
독일의 화학자 클라프로트는 1795년 그의 실험실에서 가볍지만 매우 단단한 성질의 원소 하나를 발견했다. 클라프로트가 발견한 이 원소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대하고 강력한 신의 종족 타이탄(titans)을 연상하게했다. 클라프로트는 망설임 없이 이 원소의 이름을 타이타늄으로 정하고 후속 연구에 매진했다.
200여년이 흐른 지금 타이타늄은 여러 금속과 합금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타이타늄 합금으로 생체조직을 만들어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기도 했다. 타이타늄은 치과 임플란트에서부터 항공기, 미래로봇 등 첨단산업의 필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광주테크노파크(원장 유동국) 타이타늄·특수합금부품개발지원센터(센터장 이경구)는 지역 중소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외지 기업 유치 등 의료용 부품소재 클러스터 구축에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전국 최초로 타이타늄 관련 사업화지원기관으로 문을 연 센터는 임플란트 전용정밀가공컴퓨터수치제어기 등 64종의 개발장비를 구축했다. 치과의료용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장비와 전문 연구인력이 집적화돼 있다.
센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립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90억원의 예산이 지원된 산업기술기반구축사업 종료 후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사업화 지원, 산학연 공동연구 활성화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먼저 기업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필요장비에 대한 수요조사를 꼼꼼히 진행하면서 장비활용률을 100% 가까이 높였다. 기업에서는 필요 장비를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았고 센터는 인건비, 운영비 등의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 기술력이 높아진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정부 R&D과제를 잇따라 수주하면서 경쟁력과 노하우를 쌓아갔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곧바로 최신 장비구매로 이어졌다. 자립화 이후 정밀가공 CNC 등 10억원에 가까운 신규장비를 구입하면서 R&D 및 기술사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타이타늄이라는 한우물을 파면서 성과도 속속 나타났다.
지난 2002년 2억원에 불구하던 수혜기업 매출이 지난해 61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곳에 불과하던 업체 수도 현재 56곳에 이르면서 400여명의 전문인력을 키워냈다.
생체의료용, 산업용 타이타늄 소재부품의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산학연 연계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150건의 공동연구를 통해 109건의 특허와 15건의 식약청 인증을 얻어냈다. 센터는 의료용 부품소재 관련 인프라가 전무한 광주지역에 60여곳의 관련기업들이 집적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유일의 타이타늄 전문생산단지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광주시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미래형 치과산업 벨트구축사업` 유치 및 치과산업 동남아 허브구축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수혜기업 중 티디엠과 쿠보텍 등 일부 기업은 고부가가치 의료용 부품소재의 식약청 인증과 해외 인증(CE),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국내·외에 관련 제품판매를 통해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센터는 지난해 6월부터 조선대학교 치과대학 RIC센터 및 전남대학교 치과대학 미래형 생체부품소재 RIS사업단과 연계해 기업 지원사업을 추진중이다. 치과기재협회 및 치과산업협의회 광주분소도 광주테크노파크에 유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치과기재협회, 치과산업협의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수도권의 치과 관련 기업인 하이덴탈코리아, 제이빔, 글로벌탑 등을 광주테크노파크로 유치했다.
양현삼 책임연구원은 “광주가 첨단부품소재 메카로 자리 잡으면서 외지 기업들의 방문이 잇따르는 등 기업역량 강화를 위한 인프라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첨단부품 관련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의료용 부품소재 국산화 등 기술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동국 광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정부지원 사업종료 후에도 자체 수익금으로 장비를 구매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성공 사례”라며“앞으로 광주시가 고부가가치 의료용 부품소재분야 제품개발 및 사업화 메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