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김상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

`행정의 달인·산업계 코디네이터·`

28년 공직생활을 거쳐 기업가로 변신한 김상열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을 일컫는 애칭이다. 그에게 66세라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 정부부처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업계를 조정했던 `노련함`은 저력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파워인터뷰]김상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한 태양광업계는 현재 비상상황이다. 유럽발 금융위기로 어려운 게임을 하고 있는 국내 태양광업계는 그를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수장으로 선택했다. 정부·대한상공회의소·OCI를 두루 거친 `깊은 내공`의 소유자가 태양광 산업 불황을 이겨낼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임자도, 산업 코디네이터도 아닙니다. 많은 밸류체인 기업과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 협회입니다. 이를 조율해 회원사 이익, 국가경쟁력 끌어올리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오후 서울 소공동 OCI 본사에서 김상열 회장을 만났다.

◇`금융환경 개선` 급선무=협회장 3개월을 맞은 김 회장은 태양광 관련 금융환경 개선 방안 마련에 골몰해 있다. 금융권에선 태양광 분야가 위험요소가 많은 산업으로 치부되고 있고 많은 기업이 조기상환·대출중지 등 금융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국내 태양광기업이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금융협력이 필요하지만 이 부문 애로를 호소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금융압박 해소와 금융여건 개선을 올해 협회 정책과제 우선순위로 다룰 계획입니다.”

김 회장은 국내 태양광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금융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등 전력사업은 전력판매계약(PPA)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어떤 사업보다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금융권이 인식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태양광업체의 효율·가격 부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금융권이 투자를 해야 태양광을 리딩산업으로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태양광 프로젝트 개발은 정책·보조금·금융 등의 활용 정도에 따라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컨소시엄 전략을 통해 제조기업·상사·금융권·발전회사들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협회가 관련 제도적 기반 구축을 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수급 균형은 내년 이후에나=지난해 세계적인 불황은 공급과잉 때문으로 수요가 적었던 것은 아니라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2010년 호황을 누린 태양광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공급능력이 빠르게 높아졌고 높은 수요에도 기업들은 단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불황은 태양광 산업 당면 과제가 비용경쟁력 확보임을 다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가격 하락 물결에도 버틸 수 있는 저비용 구조 확보가 생존의 핵심요소가 된 것입니다.”

공급과잉은 올해 들어 줄어들고 있지만 현상 자체는 계속되고 있고 많은 기업이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시장의 활력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이 다양한 기회를 찾아 침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시도가 있어 절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일본·동유럽 수주량을 늘리며 새롭게 시장을 수혈하는 기업이 생겨나는 등 스스로 활력을 만들어 내는 모습도 보인다”며 “생산 부문에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새로운 양산기술을 검증하는 곳도 있고 프로젝트 개발 역량을 강화해 사업모델을 다양화하며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짜는 기업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양광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와 내년은 과도기입니다. 신흥시장이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있지만 아직 유럽시장의 침체를 상쇄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공급과잉도 조금씩 잦아들고는 있지만 올해 3분기 이후에나 공급과잉률이 1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 경쟁력은 `기술`=내년 이후를 대비해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김 회장은 기술력 확보만이 돌파구라고 답했다. 태양광 산업 전반에 걸쳐 비용경쟁력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역시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중국처럼 낮은 인건비로 비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만큼 우리만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며 “우리가 갖춰야 할 비용경쟁력은 기술력을 활용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로 LCD·반도체 산업을 들었다.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국이 된 것 역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비용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축적한 기술 인프라가 태양광 업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의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에 따르면 다른 에너지기술 대비 태양광 산업 기술이 선도국에 가장 근접해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LCD 부문에서 쌓아온 유무형의 자산 덕분입니다.”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유럽 등 세계 태양광 선도국은 내수 활성화와 산업진흥을 병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내수시장이 작아 산업기반이 비대칭적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가 좁고 임야가 많은 등 환경조건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작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에 대해서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의 병행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도가 각각 장점을 갖고 있는 만큼 좋은 부분만을 취해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정형, 당분간 우세=태양광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박막 태양전지에 대해서는 빠른 기술개발 속도를 칭찬했지만, 당분간 시장은 결정형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결정형 부문 가격이 크게 떨어져 상대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 회장은 “사용면적이 작고 효율이 높은 결정형 태양전지가 사업에 유리하다”며 “가격도 박막태양전지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결정형의 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체인 제품별 가격은 지난해와 같은 폭락은 없지만 등락이 몇 차례 반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 구조조정, 재고물량 소진, 덤핑판매 등 다양한 현상이 겹치며 가격이 위아래로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시장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다운스트림 부문에서 과잉재고가 조금씩 소진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평균적으로 하향된 가격에서 점차 안정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정리=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소박스/ 올해 중점 추진과제는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올해 국내 보급과 관련 지자체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주로 정부와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목소리를 냈던 한계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김 회장은 “지난 4일 충청북도와 맺은 업무협약이 이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보급을 천명한 서울시와도 다양한 업무협조를 하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와 공조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메가솔라`와 같은 지자체 중심 태양광 프로젝트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지난해 원전사고 이후 태양광 프로젝트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교토시 등 4개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인 메가솔라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 태양광업체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에서 이뤄지는 만큼 해외 진출 기반 조성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5월 중국에서 열리는 SNEC, 9월 미국 솔라파워인터내셔널, 11월 인도 리뉴어블 에너지 인디아 등에서 협회가 한국관을 운영해 홍보 효과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일본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태양광산업협의회(APPIC) 사무국을 올해부터 맡아 글로벌 업계 간 정보 공유의 기회도 넓힌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아시아솔라에너지이니셔티브(ASEI) 프로그램에 참여해 신흥시장인 아시아에 우리 기업들이 손쉽게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김상열 한국태양광산업협회 회장은

김상열 한국태양광산업협회장은 덕수상업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미국 미주리대에서 경제학 석사, 2004년 경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 제1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통상산업부 무역정책심의관, 산업자원부 부이사관, 특허청 관리국 국장을 거쳐 산업자원부에서 감사관·무역정책심의관·자원정책심의관·생활산업국 국장·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으로 근무했으며 2010년 4월부터 OCI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대한상의 상임고문,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대통력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부터 3년간 덕수고등학교(옛 덕수상고) 총동창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주리대 총동문회가 수여하는 `2011년 미주리대학 자랑스러운 동문` 경제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