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면서 기름값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미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2,000원을 넘었고 일부에서는 2,400원대 가격도 심심지 않게 보인다. 휘발유 가격을 2,000원대로 묶겠다던 작년 정부의 외침은 온데간데없고 주머니 사정만 악화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유가 시대에는 자연스럽게 연비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연비는 자동차 무게, 엔진 상태, 타이어 공기압, 날씨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지만 이 가운데서도 운전자의 습관이 가장 절대적이다. 물론 한 번 굳어진 습관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다. 연료통에 함께 넣으면 엔진 속 묵은때를 벗겨준다는 연료첨가제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연료첨가제 시장규모는 연간 120억원(2010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전세계 시장규모가 20억 달러(한화 약 2조 2,000억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성장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물리학자 한원택 대표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료첨가제 하나만을 연구·개발해온 이 분야의 장인이다. 오래전 획기적인 연료첨가제를 개발하고 특허까지 받았지만 정유사와 정부의 벽에 번번히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새롭게 `차카스`라는 브랜드를 달고 시장 공략에 칼을 빼들었다.
◇ 연료 종류 안 가리는 멀티 첨가제=연료첨가제는 휘발유나 경유에 첨가해, 연료 자체의 품질을 보완하거나 개선시켜 새로운 성능을 부여할 목적으로 첨가하는 물질을 말한다. 자동차 내연기관에 첨가되는 연료첨가제는 종류도 많고 효과도 다양해 이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다. 자동차의 종류가 다양하고 사용조건도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한 대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켰다. 바로 연료의 산소 고리를 분리시켜 연소효율을 높인 것. "휘발유는 탄소 고리가 3∼12개 정도인데 차카스를 넣으면 2∼6개로 줄어들죠. 비유하면 통나무를 그대로 태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잘게 쪼개면 더 잘 타오른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이렇다. 보통 연료첨가제는 착색제, 산화안정도향상제, 연료시스템보호제, 부식장지제 등이 들어가는데 휘발유와 경유가 성분이 다르다. 연료에 따른 엔진의 점화 시스템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며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연료첨가제는 휘발유와 경유용이 따로 판매된다. 이와 달리 차카스는 연료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난방용 등유는 물론이고 심지어 비행기에 쓰는 항공유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한대표의 주장이다.
"연료의 탄소 고리를 끊어준다는 것은 산소 함량이 늘어난다는 의미죠. 연소효율 자체가 좋아진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연료를 가리지 않는 거죠. 기름을 잘 타게 만들어주니 말이죠."
실제로 한 대표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에 의뢰한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차카스를 넣은 것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산화탄소 배출량에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일산화탄소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연소효율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내연기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카본을 제거해주니 신차보다는 노후차에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품 이름도 자동차에 사용하는 피로회복제라는 뜻으로 차카스라고 했습니다."
◇ 좌절과 새로운 희망=연료첨가제 가운데 연비가 늘어났다고 공인인증을 받은 제품은 쉽기 찾아보기 어렵다. 더욱이 휘발유와 경유용이 따로 나뉘어져 있지 않은 제품은 차카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한 대표의 기술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담겨 있어서다.
"솔직히 말하지만 영업이나 마케팅은 잘 몰랐어요. 제품을 개발하고 공중파 창업방송에 나갔더니 판매가 잘 됐지만 없어진 이후에는 그나마도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고요. 특허는 취득했지만 정부기관에서 공인인증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죠."
한 대표는 공인인증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는 없었다. 초로의 개인 발명가가 개발한, 그것도 기존 연료첨가제와 완전히 다른 성분으로 만들어진 제품에 정유사와 정부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대형 정유사에 제품 테스트를 의뢰했지만 제대로 실험도 해보지 않고 연락도 없더군요. 관련 정부기관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면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자동차성능연구소를 찾아가 경유차량 실험을 의뢰했으나 실험 비용 2,500만원만 날리고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죠. 테스트 방법도 잘못됐고 발명자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아주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대표의 옹고집은 결국 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였고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92.9%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소효율이 높아졌다는 것을 인증받은 셈이었다.
◇ 화학 인재 싹 틔울 터=차카스는 한 대표의 오랜 경험이 녹아있는 특허 연료로 만들어졌다. 화학물질이 아니라 식물성 기름, 그러니까 팜유나 아주까리, 유채 등과 요오드를 합성한 후 10시간 가량 숙성해 만들어진다. 정확한 제조법은 한 대표만 알고 있다.
"일종의 바이오 연료첨가제라고 보면 됩니다. 식물성 재료를 통해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죠. 차카스에는 5가지 정도의 성분이 들어있는데 독특한 제조 방법은 저만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없으면 제품 제조를 못하니 조금 불안하기도 하죠.(웃음)"
한 대표는 연구개발만 할 줄 알았지 정작 제품을 제대로 판매할 방법은 잘 몰랐다. 하지만 제품 자체에 대한 믿음은 확고하다. 따라서 누가 어떻게 제품 테스트를 원하더라도 100% 응할 자신이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필드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제품이 조금이라도 빛을 봤으면 좋겠어요. 이제까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을 개인적으로 받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개인이 발명해 세계적인 제품을 일구기가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기초화학연구소를 만들어 이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내고 싶어요."
초로의 발명가는 자신이 평생을 일궈 만든 제품을 통해 세상에 새로운 씨앗을 퍼트리기를 바라고 있다. 한 대표가 20년을 걸쳐 만들어낸 차카스가 연료첨가제 시장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