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76>목적과 목표(2):목적이 흔들리면 안된다

목적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목표는 확실성의 추구라고 볼 수 있다. 목적을 추구하는 사람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이상적으로 꿈꾸는 미래의 모습, 방향성만 포착한 채 일단 짐을 꾸려서 망망대해의 미로 속을 과감히 출발하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반면에 목표는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세화(pre-specification)되지 않으면 절대로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은 철두철미한 사전 준비와 치밀한 실행계획 작성에 몰두하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외부 환경이 안정적인 상황에서 변화의 정도와 수준이 낮으면 목표논리는 많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변화가 극심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일상적으로 전개되는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는 확실한 무엇인가를 포착한 뒤에만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아마 영원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고 계속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목적논리는 어느 정도의 감(感)과 직관으로 방향성이 맞다고 판단하면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 속에서 고민하고 의사결정하면서 모종의 성과를 창출해내는, 즉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행동하면서 생각하는 동시다발적, 동시병행적(concurrent) 돌격 스타일이다.

목적논리는 사전에 예측할 수 없음을 전제로 돌발성이나 돌출성을 인정하는 창발적(emergent) 논리다. 반면에 목표논리는 사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언할 수 있다는 예측 가능성을 철저하게 신봉한다.

목표를 중시하는 사람은 불확실함을 확실한 그 무엇으로 전환시키지 않고는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도저히 참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난국과 위기가 상존하는 지금, 눈앞의 작은 `목표`는 흔들릴지라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을 잃어버리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 `목표`는 주변 여건과 내부적인 사정으로 흔들리고 아예 달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생각지도 못한 위기가 상존하는 지금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좌절해서는 안 된다. `목표`는 얼마든지 다시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목적`이 자주 흔들리면 삶의 `방향성`을 상실하고 깊은 `방황`의 나락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