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뉴 아이패드’가 지난 20일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뉴 아이패드는 애플 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4G LTE를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초고해상도를 만끽할 수 있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기존 ‘아이패드2’보다 화면 해상도를 갑절 늘려 보는 맛도 덩달아 늘었다. 다만 그 탓에 배터리 연속사용시간이 짧아졌다는 지적도 많다. 컨슈머저널 이버즈(www.ebuzz.co.kr)가 직접 써보고 확인해봤다.
◇디자인-전작과 대동소이, 전원 켜면 차이 확연해
디자인은 아이패드2와 별반 다르지 않다. 홈 버튼과 영상통화용 전면 카메라도 똑같다. 아이패드2를 옆에 나란히 두고 보면 전원을 켜기 전까지 구분하기도 힘들 정도다.
하지만 전원을 켜고 화면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뉴 아이패드 화면은 9.7인치.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 같지만 해상도는 1024×768에서 2048×1536으로 높아졌다. 310만 화소로 찍은 사진을 확대나 축소 없이 꽉 차게 표시할 수 있는데다 같은 화면이라도 세밀하게 표현한다. 2.54㎝(1인치) 안에 264개씩 촘촘하게 점(화소)을 넣은 덕이다.
다만 처음 화면을 보면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제조사에 따르면 색의 짙고 옅음을 나타내는 채도를 보완해 표준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전원과 잠금, 볼륨 조절 버튼은 아이패드2와 같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볼륨 조절 버튼은 카메라 모드에서 셔터처럼 작동한다. 화면 안 터치 버튼과 함께 볼륨 조절 버튼을 셔터로 쓴 덕에 화면을 눌러 사진을 찍으려다 본체를 떨어뜨리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게 됐다.
본체 뒷면 재질은 내부 부품이 내뿜는 열을 쉽게 내보낼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충전이나 데스크톱PC 연결은 본체 아래에 있는 30핀 전용 단자를 이용한다. 기존 애플 액세서리를 쓰던 소비자라면 충전용 케이블이나 액세서리를 뉴 아이패드에서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제품 크기는 B5 용지와 비슷한 수준이고 무게는 662g으로 한 손에 들고 쓰거나 글자를 입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성능-넉넉한 배터리 용량, 다만 충전시간은 부담
화면 해상도를 갑절로 높이면서 보는 맛이 달라지고 눈이 즐거워진 대신 그래픽 칩세트가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단숨에 네 배로 늘었다. 하지만 체감속도는 이전 모델과 같거나 오히려 더 뛰어나다. 쿼드코어 그래픽 칩세트를 달았기 때문이다.
화면이 세밀해진 만큼 신경이 쓰이는 건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제조사 측이 밝힌 연속사용시간은 9~10시간이다. 실제로도 그럴까. 뉴아이패드를 100% 충전한 뒤 화면 밝기를 최고로 설정하고 무선랜 접속을 유지한 상태에서 배터리 용량이 5%로 떨어질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재봤다.
내장 웹 브라우저 사파리를 이용한 단순 웹 서핑 시간은 4시간 51분이다. 데스크톱PC에 저장한 1280×720 동영상을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에어비디오로 재생하면 6시간 10분까지 볼 수 있다. 3D 게임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연속으로 4시간 19분 동안 즐길 수 있다.
결과를 보면 단순 웹 서핑 시간이 짧은 편이다.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3D 게임과 달리 화면 전체를 쓰는데다 하얀색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 사이트가 많은 탓이다. 화면 밝기를 조절하거나 무선랜을 끄면 5~6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데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뉴 아이패드에 탑재된 리튬폴리머 배터리 용량은 무려 1만1560㎃h에 이른다. 아이패드2가 6600㎃h라는 점을 감안하면 갑절 가까이 많다. 그 덕분에 해상도를 높였고 쿼드코어 그래픽 칩세트를 달았지만 배터리 연속사용시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배터리 용량이 늘어난 만큼 충전시간은 늘었다. 정품 충전기로 7시간 걸린다. 게임이나 동영상을 실행하면서 충전한다면 충전기에 따라서는 아예 충전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발열은 어떨까. 25도 실내에서 30분 동안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실행한 다음 3㎝ 떨어진 위치에서 적외선 온도계로 표면 온도를 재봤다. 화면 온도는 35.4도, CPU와 주요 부품이 몰려 있는 본체 뒷면 온도는 최고 35.7도다. 전반적인 발열 수준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다만 충전기에 꽂아 놓은 상태에서 다시 측정한 결과는 두 부분 모두 41도 가까이 온도가 올라간다.
◇기술-보는 즐거움 살릴 콘텐츠 ‘절대부족’
뉴 아이패드에 쓰인 운용체계 iOS 5.1은 애플의 최신 기술을 모두 지원한다. 가장 큰 변화는 글자를 표현하는 데 쓰이는 글꼴이다. iOS 5.0까지 쓰이던 애플고딕 글꼴은 LCD 화면에서 읽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운용체계가 5.1로 바뀌면서 가독성을 개선한 글꼴인 산돌고딕네오로 바뀌었다. 여기에 뉴 아이패드 해상도까지 높아져 한글 읽기가 훨씬 좋아졌다.
여러 기능을 트위터와 유기적으로 결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웹 사이트나 사진, 유튜브 동영상을 곧바로 올릴 수 있고 주소록에 트위터 주소를 등록해서 바로 트윗을 보낼 수도 있다.
아이패드2에 처음 탑재했지만 화소 수가 낮아 ‘없는 게 낫다’는 평을 들었던 후면 카메라도 500만 화소급으로 좋아졌다. 1920×1080 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 이메일이나 아이메시지로 보낼 수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만 더한다면 간단한 블로그 작성도 가능하다.
굳이 홈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여러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 넘기면서 애플리케이션을 전환하거나 홈 화면으로 돌아가는 멀티태스킹 동작도 편하다. 맥북에어 같은 애플 제품을 써봤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드는 애플만의 장점이다.
하지만 정작 아쉬운 건 레티나 해상도의 장점을 살려줄 한국어 콘텐츠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4월 말 현재 신문과 잡지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뉴스 가판대에 등록된 간행물은 2400개가량이다. 이 가운데 한국어로 제공하는 콘텐츠는 17개 정도다. 이 중에서도 뉴 아이패드의 기능을 충실하게 살려 만든 콘텐츠는 또 극소수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아이패드용으로 나왔던 전자서적이나 그림책을 뉴 아이패드에서 실행하면 화질이 낮아 보이기 일쑤다. 물론 글자 위주로 만든 전자서적은 글자가 더 선명해져 가독성이 좋아진다. 그러나 만화나 그림책은 조금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계단 현상이 눈에 띈다. 뉴 아이패드 해상도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업데이트하기 전까지는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다.
뉴 아이패드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패드 가운데 해상도가 가장 높다. 요즘 잘 팔리는 27인치 LED 모니터와 엇비슷한 크기 화면을 9.7인치에 담았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물론이고 한글이나 한자처럼 획수가 많은 글자도 선명하게 보여준다.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한 기기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도 유기적으로 통합해 일관성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다만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100% 활용할 만한 콘텐츠는 아직 부족하다. 2048×1536 화소를 완벽하게 살린 전자책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동영상이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유튜브에서도 1920×1080을 넘는 동영상을 찾기는 쉽지 않다. 늘어난 충전시간도 눈에 띄는 단점이다.
결국 성능은 뛰어나지만 여기에 담을 만한 콘텐츠가 태부족이다. 기기의 장점을 끌어낼 수 없다는 말이다. 마치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른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겠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권봉석 이버즈기자 bskwon@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