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운영하는 국내 대표 전자〃가전 매장에서 불법 복제한 소프트웨어(SW)를 PC에 설치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92개 매장 중 무려 53개 매장에서 이같은 SW 불법복제가 공공연히 이뤄졌다.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베스트샵,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대형 가전 매장에서 불법복제 SW 설치 및 판매 사례가 만연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자, LG전자 직영 판매점에서 판매되는 PC에 불법복제 SW가 설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사는 서울, 경기지역과 5대 광역시의 대형 가전유통업체 95개를 선정, PC 판매 과정에서의 불법복제 SW 제공 실태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95개 매장 중 53개 매장에서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 마이크로소프트의 `MS 오피스`, 어도비의 `포토샵` 등을 불법으로 설치, 판매 중이었다. 53개 매장에서 불법 설치된 SW는 모두 107개에 달했으며 제품별로는 아래아한글(52개), MS 오피스(37개), 윈도(12개), 포토샵(7개)의 순이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직영판매점인 삼성디지털플라자와 LG 베스트샵에서도 매장 3곳 중 2곳 꼴로 PC 판매 과정에서 불법복제 SW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전 유통 전문업체 가운데 매장수가 가장 많은 하이마트도 SW불법복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지역 16곳 중 12곳에서 불법 SW를 설치 판매하고 있었다. 이 밖에 테크노마트(5곳 중 4곳), 롯데백화점(3곳 중 3곳) 등에서도 PC를 판매하면서 불법 SW를 제공하는 것이 드러났다.
전자랜드의 경우 조사 매장 18곳 가운데 7곳에서 불법 SW 제공이 이뤄졌지만, 상대적으로 불법 SW 설치를 거절한 곳도 11곳에 달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삼성, LG 제품은 물론 소니, HP, 레노버 같은 제품 판매시에도 무차별적으로 SW 불법복제가 행해져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별로는 경기, 대구, 부산, 울산 지역이 불법 SW 설치 및 판매 비율이 높고, 서울, 광주, 대전은 상대 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 지역은 11곳 매장 조사에서 11곳 모두 불법 SW 설치 판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타룬 서니 BSA 아태지역 단속 부문 총괄 이사는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삼성, LG의 직영 매장과 대형 유통망인 하이마트에서 불법 SW 설치, 판매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이번 조사가 대형 유통업체 1550곳 가운데 무작위로 고른 95개 매장을 대상으로만 실시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불법 SW 설치 및 판매 규모는 조사된 내용보다 최소 10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한글과컴퓨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등을 비롯한 SPC 회원사 일동은 이번 조사 결과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명, 해당 유통사와 제조사의 책임 있는 답변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
성현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