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닌텐도(www.nintendo.co.kr)가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 후속 모델인 닌텐도3DS를 내일(4/28) 발매한다. 이번 정식 발매는 지난 2011년 2월 일본 현지 발매 이후 1년 만에 이루어진 것. 색상은 코발트블루, 미스티핑크, 코스모블랙 등 총 3가지이며 22만원으로 책정되었다. 특히 코발트블루 색상은 일본 현지에서도 지난 3월 22일 발매되어 거의 시차 없이 한국에 선 보이는 셈이다.

닌텐도3DS는 안경 없이 맨눈으로 입체영상을 볼 수 있고 와이파이 전파를 이용해 주위의 닌텐도3DS 이용자와 통신 가능한 ‘엇갈림 통신’, ‘어느새 통신’ 등 소셜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한국닌텐도는 닌텐도3DS와 함께 ‘슈퍼마리오 3D랜드’를 동시 발매하며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 등 3DS용 게임 타이틀을 한글화해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실제로 정식 발매를 앞둔 지난 4월 17일 열린 ‘미디어 체험회’에서 국내판 닌텐도3DS를 접할 수 있었다. 한글화 수준은 매우 높았고 위화감이 없었지만 이용자들이 그림일기를 교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제외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닌텐도측은 “행사장에 있는 기기는 시연용이며 정식 출시되는 제품에는 모든 기능이 완벽하게 포함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닌텐도3DS는 국가 코드를 이용해 출시 지역이 아닌 곳에서 구입한 게임 소프트웨어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존에 구입한 닌텐도DS용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쓸 수 있을까. 일본에서 발매된 닌텐도DS용 소프트웨어 카트리지를 꽂고 실행하자 정상적으로 인식·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식 출시되는 기기에서도 정상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일본판 닌텐도3DS용 소프트웨어 카트리지는 아예 인식되지 않았다.
◇ ‘한글화 정책 고수’ 바뀌나? = 특히 이번 닌텐도3DS 정식 발매를 앞두고 한국닌텐도가 소프트웨어 발매 정책 변화를 시사해 눈길을 끈다. 그간 한국닌텐도는 ‘한국에 발매하는 소프트웨어는 완전 한글화되기 전에는 출시할 수 없다’는 정책을 고수해 왔다. 물론 이런 정책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할 게임이 없다’는 국내 게임 마니아들의 원성(?)을 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4월 14일 한국닌텐도 웹사이트에 공개된 ‘닌텐도 다이렉트’ 동영상에 닌텐도 대표이사 이와타 사토루가 출연해 ‘한국발매를 위한 준비에 시간이 필요해 오랫동안 기다리시게 했지만 발매 전부터 닌텐도3DS에 걸맞는 유력한 소프트웨어를 잇따라 즐기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발언한 것. 이와타 사토루 대표이사가 한국어로 방송을 한 데다 소프트웨어 부족 현상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와 맞물려 이 동영상은 큰 화제를 모았다.
◇ 잘된다 vs. 힘들다 vs. 모른다? = 하지만 미디어 체험회 당일 현장에서 만난 게임 전문 기자들의 의견은 셋으로 갈렸다. 한 기자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애플 아이튠즈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에서 소액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구입해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식도 바뀌었다. 한국닌텐도의 정책 변화로 닌텐도 이스토어에 보다 많은 게임이 공급된다면 살 사람이 많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평가했다.
이에 비해 다른 기자는 “PS비타 역시 다운로드 형식으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닌텐도의 정책 변화는 이런 요즘 추세에 맞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부분한글화를 진행하려 해도 난관이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일본쪽에서 공급된 콘텐츠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이런 콘텐츠를 일일이 손봐서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 게임 매체 기자 역시 “현재 닌텐도3DS에 기본 제공되는 SD카드 용량은 2GB인데 이 용량에 방대한 대작 게임을 담기는 힘들다. 게다가 한국닌텐도가 스퀘어에닉스 등 게이머 사이에서 ‘대작’으로 평가받는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들까지 챙기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한국닌텐도가 비교적 용량을 적게 차지하면서 언어의 장벽에서 자유로운 미니게임류를 우선 공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아직 아무것도 내다볼 수 없다’고 신중론을 편 기자도 있다. 이 기자는 “아직까지 한국닌텐도의 정책에 대해 공개된 정보가 지극히 적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간다고 섣불리 내다보기 힘들다. ‘포켓몬스터’등 잘 팔리는 게임들은 여전히 한글화될 것이며 정식 발매 이후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 “닌텐도에는 적이 없다” = 이날 ‘수퍼마리오 3D랜드’ 발표를 위해 일본 닌텐도 본사에서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가 한국을 찾았다. 전세계에서 20년 이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수퍼마리오 시리즈의 개발자인 그는 “게임 소프트웨어 부족 현상에 대한 한국 시장의 요구 사항에 대해 알고 있다. 물론 영문판을 그대로 한국 시장에 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현지화 작업 없이 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는 일부 기자들의 ‘스마트폰 천적론’에 대해 “스마트폰이 닌텐도의 적인가? 오늘 이 자리에서 거듭해서 밝히지만 닌텐도에는 적이 없다. 스마트폰에는 없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굳이 적이 있다고 한다면 전에 우리들이 내놓은 작품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답변에 불만을 품은 일부 기자는 ‘최근 실적 하락에 대해 회피하지 말라’며 질문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