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주력했던 글로벌 업계가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로 사업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신규투자가 요구되는 태양광·풍력보다 기존 전력망 인프라를 활용한 스마트그리드가 투자대비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27일(현지시각) 폐막한 `2012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세계 산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집중한 반면 풍력·태양광 제품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세계 1위 풍력업체 베스타스를 제외한 악시오나·퍼스트솔라는 물론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대표기업 시노벨·선텍 등도 참석하지 않았다. 지멘스와 GE 조차도 풍력·태양광 제품은 없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신규투자 부담이 적은 스마트그리드는 기존의 에너지관리 솔루션과 전력망을 이용한 통합운영 및 전력 수요반응(DR) 솔루션이 이번 박람회에서 주류를 이뤘다. 한국시장을 포함해 전세계가 전자식계량기나 단말기 등 단품 위주 제품에 집중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ABB·지멘스·슈나이더 일렉트릭 글로벌 3대 기업은 소프트웨어기술 기반 통합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산업자동화 및 에너지·전력분야 전통기업들이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ABB는 기존 지능형 집중원격감시제어시스템(SCADA) 등 자동화 관리 솔루션과 연동하는 통합운영 솔루션을 비롯해 전력계통 운영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분산전원 기술을 이용한 스마트그리드 수요반응(DR) 솔루션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발전설비 전력 계통부터 홈·빌딩·데이터센터·산업시설물 등 수용가의 사용량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한 정보를 제공한다. 유럽 등 세계 전력시장이 타깃이다.
스마트그리드 활성화에 촉진제 역할을 하는 전기자동차와 충전기도 크게 늘었다. 독일의 BMW·벤츠·폴크스바겐은 전기차를, 지멘스·ABB·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물론 전통 전력분야 업체인 바이뮬러·피닉스 콘텍트·미쓰비시 등도 충전기와 충전인프라 운영 솔루션을 소개했다. 지멘스는 이동이 가능한 대형 전기차 충전소 차량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국가별 표준에 맞게 다양한 충전시설은 물론 사용자 요구에 따라 완속·급속 등 다양한 방식의 충전이 가능하다. 폴크스바겐은 2013년 출시 예정인 자사 최초의 전기차 `골프7`과 충전인프라를 첫 공개했다.
최종웅 LS산전 사장은 “올해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보다 기존 전력망과 인프라 기반의 스마트그리드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수요반응 솔루션이나 전기차 관련 제품이 지금의 스마트그리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노버(독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