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엔지니어와 백팩 문화로 대표되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등용문 `500스타트업(Start-Ups)`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시작한지 한 달여 지난 시점, 갑자기 분홍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하이힐을 신은 동양인 여성 두 명이 등장했다. 프로그램 중간에 참가한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패션 전문 회사가 데모데이(Demo-Day)에서 최고액인 130만달러를 투자받아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많은 투자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회사는 한국계 2세 여성인 사라 페이지와 진희김씨가 만든 회사 `스나패트(Snapette)`다. 지역 내 패션 브랜드와 연계해 신상품이나 찜해놓은 상품을 사진으로 찍어서 상점 지도와 함께 공유하는 서비스다.
지난 24일 시장조사차 한국을 찾은 사라 페이지 대표는 창업 동기와 관련해 “컨설팅 회사와 벤처투자회사를 거쳤는데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은 패션 관련 회사를 설립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 동문회에서 진희김씨를 만났고 바로 의기투합했다. 투자회사를 그만두고 바로 트위터에 사업 구상을 올렸다. 트위터를 보고 500스타트업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인터넷 상거래가 활발한 한국에서는 위치기반 상점 서비스가 크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배달망이 촘촘하지 않은 미국에서는 주변 상점 정보가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이 덕분에 500스타트업 이후 내놓은 베타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은 입소문만으로 지금까지 10만명이 다운로드 했다. 일본에서도 투자 제의가 들어왔다. 정식 서비스 출시 전부터 투자를 받고 5월 도쿄 지사를 설립한다.
서비스 사업 모델은 3가지다. 상점들과 계약을 맺어 지도에 띄워주고 요금이나 수수료를 받는게 첫번째다. 패션 브랜드 광고도 한다. 고객 위치정보와 관심사 데이터를 패션 브랜드에 제공해서 공동으로 마케팅한다. 페이지 대표는 “한 지역에 동시 접속자수가 2~3만명만 확보되면 다양한 사업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나인웨스트 같은 브랜드에서는 공동 광고캠페인을 진행하고 유명 브랜드 몇 곳과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한국에 머무르는 나흘 동안 소셜커머스 업체를 만나고 가로수길, 명동 같은 패션 거리를 둘러보고 갔다. 그는 “미국과 일본, 한국은 문화가 많이 다르다”며 “5월말 정식 버전을 출시한 뒤 미국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으로 한국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