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이 지난 2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4% 오른 131억8000만달러 매출을 보이면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지만 순이익은 35% 급감한 1억3000만달러에 그쳤다. 영업마진도 1.5%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순익 감소에도 아마존은 여전히 `잔칫집 분위기`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탈 안드로이드 전략 먹혔다=아마존 매출 1등 공신은 단연 스마트패드 `킨들파이어`다. 지난해 11월 출시돼 1분기에만 47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6.8%를 기록하며 아이패드 뒤를 바짝 쫓은 것.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로 범위를 좁히면 점유율이 절반 이상이다. 지난 2월 점유율 54.4%로 갤럭시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주목할만한 점은 킨들파이어가 안드로이드 OS기반이긴 하지만 자체적으로 수정해 `변형(forking)`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킨들파이어 이용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구 안드로이드마켓)가 아니라 아마존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는다. 안드로이드에 종속되지 않아 구글과 콘텐츠 판매 수익을 나누지 않아도 된다.
타 안드로이드 기기와 다른 점은 또 있다. 용량이 8GB로 턱없이 작아 많은 콘텐츠를 저장하기 힘들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계시켜 콘텐츠를 `소장`하는 게 아니라 보고 버리는 `소비` 개념으로 바꿔버렸다. 콘텐츠 회전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매출 향상도 당연하다.
아마존 순익 하락은 영업비용 증가 때문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억2200만달러에서 절반 수준인 1억9200만달러로 줄었다. 이런 지출을 감내하면서 킨들파이어를 파는 이유는 명확하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팔 수 있는 유통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용자들은 킨들파이어를 통해 다양한 잡지나 동화책 콘텐츠 등 전자책을 구입하고 아마존 쇼핑몰을 통해 물건을 산다. 1만여편의 TV쇼와 영화 등이 무료 스트리밍으로 제공된다. 실제로 아마존 미디어 판매 수입은 전년보다 19% 성장한 47억1000만달러로 나타났다.
◇온라인 유통명가 자존심도 지켰다=올해 미국 온라인쇼핑 규모는 전년대비 12% 증가한 1970억달러에 이른다. 아마존은 미국 내 부동의 1위 사업자로 그 비결은 배송이다.
아마존은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물류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마존은 10년 전 닷컴버블 붕괴 후에도 물류와 데이터센터에 거액을 투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05년 79달러 연간 회비를 내면 당일배송을 해주는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내놨을 때도 암울한 전망이 줄을 이었지만 현재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는데 발판이 됐다. 최근 로봇 고객주문처리업체 키사시스템스를 8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상이다.
아마존이 단기적인 영업이익이 집착하지 않는 이유는 킨들파이어가 장기적으로 전자상거래 영역까지 포괄해 거대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제프 베조스 CEO는 “단기 손해를 장기매출로 승화시킨다는 유통전략을 끝까지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의 더글라스 앤무스 애널리스트는 “아마존 이용자 확대 추세는 매우 강력하다”며 “올 후반에는 순이익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