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유소 혼합판매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를 밀어주고 수익성 낮은 상표주유소를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30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은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공급 중인 알뜰주유소 물량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공급 물량을 더 늘리는 등 알뜰주유소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보다 규모가 작은 제5의 브랜드를 키워 공생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정유사가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자사 상표주유소 물량보다 저렴할 수 있지만 카드할인, 포인트 혜택 등을 제외하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알뜰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기름도 기존 정유사가 공급하는 것이어서 수익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혼합판매는 정유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고 가격경쟁에만 몰두해 정유사들이 공멸할 수도 있다”며 “차라리 알뜰주유소라는 브랜드를 하나 더 키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알뜰주유소 물량을 공급하려면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말 1년 단위로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혼합판매 확대 추세를 보며 알뜰주유소 공급 여부를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정유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주유소를 솎아낼 계획이다.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이 효율성과 수익성 위주로 전환하는 셈이다. 판매물량이 적은 주유소를 유지·관리하는 부담을 끌어안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기 한대 2000만원,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 2000만원, 도색 및 판촉 지원 등 1개 주유소에 들어가는 비용만 1억원이 넘는다”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는 주유소를 제외하고 판매량이 많고 수익성이 높은 주유소를 집중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