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되는데…삼성 "제5 정유사 안해"

`삼성 자금`과 `제5의 정유사`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삼성토탈이 정작 국내 기름값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삼성토탈은 국내 주유소 시장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삼성토탈은 30일 “휘발유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고 앞으로 정유산업에 뛰어들 가능성도 매우 낮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토탈이 현재 생산하는 휘발유는 연간 10만톤 정도다. 국내 휘발유 생산량의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원유가 아닌 석유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합성수지와 유분·화성제품(베이스케미칼), 석유제품류 등을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이마저도 국내 휘발유 품질 기준에 맞추려면 추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정유공장을 건설하는데 수조원이 들어가고 국내에 판매하려면 할당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수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라며 “주유소가 이미 완전경쟁 시장이고 정유산업 마진도 1%대에 불과한 상황이라 삼성토탈이 국내 정유산업이나 주유소 시장에 진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나 관련 업계에서도 삼성토탈의 시장 진입은 새로운 정유사 등장이라기보다 알뜰주유소 공급원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시장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삼성토탈의 정유사 진입은 기존 정유사들의 경쟁구도 형성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과거 정유5사(유공·호남정유·경인에너지·쌍용정유·극동석유) 과점체제가 있었던 사례만 봐도 삼성토탈의 진입이 특별한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도 “삼성토탈에서 생산하는 휘발유는 전체 석유제품의 0.1%도 안되는 매우 적은 양”이라며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휘발유는 추가 공정이 필요해 오히려 더 비싸기 때문에 화학기업이 휘발유를 파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강화 정책의 한 포트폴리오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우려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을 기존 정유사보다 싸게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토탈이 정유산업이나 주유소업에 진출하는 것은 정부 소관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알뜰주유소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정유사에서 기름을 받아서 정유사보다 싸게 팔 수 있느냐`라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토탈을 제5의 공급사로 참가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창선·함봉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