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은 역사가 된다. 그리고 이 역사는 전통을 만들어 낼 기회를 준다. 전통은 시간이 지났다 해서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유지와 발전에의 노력만이 ‘전통’이란 명예를 안겨주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환경 속에 똑같이 적용된다.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가업을 이어 전통을 지켜나가는 음식은 다른 누구보다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고 찾는다.
실례로 충청남도 천안의 대표음식 호두과자가 있다. 호두과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맛봐봤을 법한 간식거리다. 그러나 호두과자의 기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천안 곳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호두과자가 똑 같은 것이려니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호두과자는 지난 1934년 천안 ‘학화호두과자’가 시작이다. 천안역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는 학화호두과자는 故조귀금 심복순씨 부부가 설립했으며, 당시 20세였던 심복순씨는 현재 98세의 할머니가 되어 천안명물 호두과자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모조품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 맛은 확연히 다르다. 학화호두과자는 호두과자의 바탕이 되는 밀가루 반죽을 물로 하지 않는다. 계란과 물을 섞은 묽은 우유에 설탕을 넣어 반죽한 뒤 숙성과정을 거친다. 앙금인 팥도 붉은팥과 흰팥을 가려 쓰는데, 팥을 삶아 껍질을 벗기고 물을 연달아 갈아준다. 팥독을 씻어내며 가라앉힌 앙금을 물엿처럼 녹인 설탕에 비벼 한 번 더 찜을 하듯 열을 가해 물을 알맞게 빼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호두과자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한나절 반 정도. 이는 1934년 설립 당시나 현재나 변함이 없으며 천안 호두과자를 전국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현재 프렌차이즈점을 오픈하며 그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있다.
호두과자에 ‘학화호두과자’가 있다면 설렁탕에는 ‘이문 설농탕’이 있다. 이문 설농탕은 11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령 설렁탕집이다. 1902년에 문을 열었으며 서울시 요식업 허가 1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이문 설농탕만의 특징은 국물이 묽다는 점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요즘의 설농탕집 국물 맛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보다 많은 사람들이 먹게 하기 위해 적은 고기에 많은 물을 넣어 끓인’ 유래를 갖고 있는 점을 짚어 보면, 이문 설농탕의 농도가 설농탕의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설농탕 국물로 담근다는 김치 깍두기 또한 이문 설농탕만의 자랑이다. 깍두기는 표면에 살얼음이 살짝 있는 상태로 제공,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통은 흉내 낼 수 없는 ‘깊이’다. 갈수록 서구화되는 입맛으로 국내 먹거리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요즘, ‘학화호두과자’와 ‘이문 설농탕’의 사례는 현대인들에게 ‘전통 유지’에 대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